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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마음이 기우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감정 전염)

89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0-09

[레지오와 마음읽기] 마음이 기우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감정 전염)

 

 

대부분이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단체 사진에서 유독 표정이 다른 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쉬울까? 그리고 대부분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속에서 화가 난 한 사람을 찾는 것과 그 반대로 화가 난 표정의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찾는 속도는 같을까?

 

실제로 이런 의문으로 실험한 학자에 의하면 우리는 화난 사람 속에서 행복한 표정의 한 사람보다는 그 반대인 행복한 사람 속의 화난 사람 한 명을 더 빨리 찾아낸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부정적인 정서에 민감하다는 뜻으로, 이는 인류의 진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 인류는 동물이나 적의 위험을 민감하게 포착하여 자신을 보호해야 했기에 상대의 부정적 감정에 예민하도록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인 시걸 바르세이드는 개인 감정이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직원들이 보너스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을 위한 토론을 진행시켰다. 이때 각 팀에 잘 훈련된 배우를 몰래 합류시켜 한 팀에는 긍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다른 팀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우울한 분위기를 형성하게 했다. 그리고 두 팀 다 협상에 임하게 했는데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협상 중 갈등도 적었고, 협력도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반대의 집단은 이와는 달랐다.

 

하지만 실험 결과보다 더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자신이 배우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표정, 말투와 목소리, 자세 등을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향’을 ‘감정 전염’이라고 한다. 이는 감정 상태를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우리들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감정이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우리들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주위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인식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 말투, 자세 등에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감정 전염’

 

감정 전염은 ‘물결효과’라고도 한다. 한 개인의 감정이 집단 전체로 옮겨지는 현상이 마치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 하나가 만든 물결이 널리 퍼지는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계 지향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의 감정에 노출되기 쉬워 감정 전염 현상은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일어난다. 더구나 가장이나 리더처럼 힘을 가진 사람의 감정 상태는 그 영향이 더욱 크고 빠르게 확산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집단 전체의 성과 및 효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구성원들의 감정은 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 행동은 태도를 만들어 집단의 성취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집단 구성원들의 감정을 개인의 문제라며 간과하지 말고 조직 차원에서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단원 생활을 시작하여 다양한 간부 경험이 있는 60대의 J자매는 최근에 이사한 곳에서 쁘레시디움 단장이 되었다. 그 쁘레시디움에는 자칭 20년 이상 단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70대 단원이 있었다. 그 단원의 출석률은 60%에 그나마 출석하는 날에도 매번 지각하기 일쑤였고, 그것에 대한 이유나 설명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활동도 없고, 상가 방문이나 본당 청소 같은 노력 봉사에는 늘 이유를 대고 빠지거나 참석한다 해도 흉내만 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단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 J자매는 가끔 그녀에게 레지오 규율을 설명하며 변화를 독려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알아서 한다면서도 딱히 변화를 보이지 않아 J자매는 답답했지만 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참다못한 J자매가 주회 시간에 그녀를 질책하게 되었고 언성이 높아졌다. J자매는 순간 실수를 깨닫고 바로 사과하여 상황을 마무리했으나, 그 사건 이후로 쁘레시디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 사건 이후로 쁘레시디움에 묘한 기류가 흘렀습니다. 그동안 성실하게 나오던 다른 단원들이 지각과 결석을 하기 시작했고, 서로 격려하기보다는 작지만 불평이 나오곤 했습니다. 물론 제 마음도 평화롭지 않았고요. 그제야 제 감정 상태가 쁘레시디움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단원에 대한 저의 불만은 비록 이해될만한 것이긴 하나 제가 조심해야 할 감정이었습니다. 그 단원의 행동은 확연히 잘못되었으니 다른 단원들이 따라 하지만 않으면 되었는데, 제 부정적인 감정은 보이지 않게 다양한 형태로 단원의 분열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그 단원보다 쁘레시디움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저와 저희 쁘레시디움이 전처럼 되기까지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쁘레시디움 분위기는 우리 모두의 책임

 

회합에서 “해보자”, “그래, 잘했어”, “대단한데” 등의 말이 오고 가는가? 그렇다면 나는 회합을 통하여 레지오 단원의 긍지를 키워왔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해봐야 소용없어”, “대충 해”, “그게 무슨 소용이야” 등의 말을 자주 들었다면 나는 뭔지 모를 어려움으로 단원 생활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회합에서 표출된 다양한 감정들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원하든 원하지 않던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쁘레시디움 분위기는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더구나 교본에 ‘사랑을 해치는 말씨나 태도를 몰아내고, 기도의 정신과 레지오의 신심으로 가득한 회합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적의 침략을 막는 방법’(교본 244쪽)이라 하니, 승리하는 군인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감정 관리를 잘해야 한다.

 

하지만 교본에 ‘생각과 행동을 순화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은 얼마나 힘겨운 일이겠는가!’(52쪽)라고 하듯 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하여 누구나 주변에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퍼뜨릴 수 있고 또 누구나 상대방의 감정에 휘둘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치러야 할 싸움’(교본 52쪽)이다.

 

이를 위해 레지오는 단원들에게 ‘감정에서 나오는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중략- 의지적인 사랑’(교본 304쪽)을 강조하며 레지오 정신으로 무장되기를 요구한다. ‘성모님께 온전히 순종하는 레지오 단원은 마음이 기우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 늘 은총의 속삭임에 열심히 귀를 기울’(교본 54쪽)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원들 사이에 벌어진 틈을 사랑의 다리로 잇는 행위는 세상 사람들 사이에 벌어져 있는 수없이 많은 틈을 사랑으로 잇는 행위의 첫걸음’(교본 495쪽)이기에 레지오는 단원들이 굳건하게 사랑의 걸음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성 프란치스코 성인)는 자신의 영혼이 안팎으로 언제나 즐거운 분위기에 싸여 있도록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였다.’(교본 263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10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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