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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정착은 두 국가 해법 이행 뿐

71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0-24

이-팔 평화 정착은 ‘두 국가 해법’ 이행 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정녕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없는가. 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은 이 오래된 문제를 또다시 소환한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교전이 시작된 7일 기자들을 만나 “이-팔 사이의 공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또 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공식이 발견될 때까지 이러한 충돌은 매우 격렬하게 반복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는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확실한 해결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 ‘흐지부지’

 

확실한 해결책은 이미 30년 전에 나왔다. 1993년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합의한 이른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다. 이스라엘은 PLO를 합법적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로 승인하고, PLO도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파들이 이 해법에 반대했다. 협정에 서명한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민족주의자에 의해 암살됐다. 이어 팔레스타인의 급진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면서 협정은 유명무실해졌다. 사실 두 국가 해법을 이행하려면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 동예루살렘 소유권 분쟁,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서로 양보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세부적 난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보다 더 좋은 평화 정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황청도 팔레스타인에서 포성이 울릴 때마다 두 국가 해법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한다.

 

이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생각은 엇갈린다. 중도ㆍ진보파는 지지하는 편이다. 대다수 팔레스타인 주민도 평화로운 공존을 원한다. 하지만 시온주의자와 정통(종교) 유다인들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약속의 땅’을 더는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급진 무장 정파도 불공평한 공존에 반대한다. 특히 유다교ㆍ그리스도교ㆍ이슬람 모두에게 핵심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영유권 논란에는 양측 모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팔 분쟁은 외견상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 촉발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갈등의 뿌리는 구약시대 초기까지 닿는다. 유다 민족주의자들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구약의 하느님이 명령한 대로 몰아내고 전멸시켜야 할 이민족이다.(신명기 7장 참조) 다윗이 돌멩이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1사무 17) 것처럼 두려움 없이 맞서 쓰러뜨려야 할 적이다. 양측의 원한과 적대감은 그만큼 뿌리가 깊다.

 

이번 충돌은 강경파 네타냐후 총리가 과거보다 더 심하게 팔레스타인을 궁지로 몰아넣고, 하마스가 더 과격한 방법으로 반발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폭력의 규모만 다를 뿐 건국 이후 75년간 이어진 분쟁의 본질은 변한 게 없다. 종교 차이는 영토 확장과 패권 장악 욕망을 위장하는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만남과 대화부터 시작해야

 

파롤린 추기경이 언급한 확실한 해결책을 위한 ‘기반 마련’은 만남과 대화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해 “만남에는 동의하고 충돌에는 동의하지 않을 용기, 대화에는 동의하고 폭력에는 동의하지 않을 용기, 협상에는 동의하고 적대감에는 동의하지 않을 용기…”(이스라엘 성지의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이 호소에 얼마나 귀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무력 충돌이 발발한 7일 가톨릭과 정교회 등 범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기초한 우리의 신앙은 양측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폭력과 군사 활동을 중단하도록 촉구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황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즉각 ‘부도덕한 언어적 모호함’ 일색인 성명이라고 쏘아붙였다.

 

파롤린 추기경은 “지금은 다들 감정에 휩싸여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함께 반성하기 위해서는 잠시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온주의

 

시온주의를 빼놓고는 이-팔 분쟁을 얘기할 수 없다. 서기 77년 이스라엘이 로마 제국에 의해 멸망한 후 유다인들은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았다. 특히 유럽과 러시아에서 차별과 탄압을 견디며 대를 잇는 동안 국가 건설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조상의 땅, 시온(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유다 국가를 세우자는 것이 19세기 말에 태동한 시온주의 운동이다. 그들은 마침내 1948년 영국과 미국, 유엔의 지지로 지금의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하지만 그곳은 주인 없는 땅이 아니었다. 유목민 집단거주 형태로 살아오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졸지에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 또는 ‘2등 시민’으로 전락했다. 당시 유엔은 주민 구성(무슬림 58%)과 토지 소유관계를 무시하고 전 지역의 56%를 유다 국가, 42%를 아랍 국가로 할당했다. 이-팔 분쟁에는 시온주의와 중동 석유 확보를 위한 강대국 개입, 극단(근본)주의자들의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0월 22일, 김원철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민간인이 희생양 되지 않게 해달라 호소


인질 석방과 전쟁 중단 거듭 촉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로 민간인 피해가 악화 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교회가 현지 주민들의 인도적 권리 보장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 후 연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도했다. 전쟁 발발 이후 교황의 이-팔 전쟁 중단 촉구 관련 대중 연설만 이날이 세 번째였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계속해서 지켜보며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인질들의 석방을 다시 한 번 호소하고 어린이와 노인, 여성, 아픈 이들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이 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팔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그 어디에서도 무고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제 (전쟁을) 그만둬야 한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한다”고 말했다.

 

앞서 교황은 11일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연이은 발언을 통해 가자지구 전체의 인도적 권리 존중과 해법을 강조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역시 모하메드 슈타이예 팔레스타인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의료 시설과 각 종교의 예배 장소가 분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편 교회의 요청은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SNS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통보하는 등 지상군 투입을 본격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외신들은 지상군 투입이 현지인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에 3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데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이나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인 피해 악화가 자명한 상태지만 이들을 피란시킬 구체적인 방법은 요원하다. 유일한 육상 통로인 라파 통행로마저 이집트 정부의 반대로 굳게 잠겨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만 환자 2000여 명이 있는데, 위중한 상태를 고려할 때 이들을 옮기라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고조되는 위기 속에 지역 교회들은 더욱 간절히 평화 염원 기도를 바치고 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끔찍한 분쟁이 멈추기 전까지 평화를 위한 기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우리 교구 역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다친 이들, 인질로 잡힌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지난 17일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정해 단식과 기도 속에 한목소리로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레지나 린치 수석대표는 성지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한 기도 캠페인에 나선다고 밝혔다. 레지나 린치 대표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당신의 평화를 우리에게 허락하시도록 믿음과 신뢰로 기도하자”며 “세계 평화와 일치를 위한 100만 어린이 묵주 기도 캠페인에서 이스라엘의 평화를 함께 지향하며 기도를 바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0월 22일,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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