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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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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 자국어 성경 전하는 국제성경사도직후원회

2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1-27

[성서 주간 특집] 지구촌 곳곳에 자국어 성경 전하는 국제성경사도직후원회


전 세계 42개국에 퍼뜨린 말씀 씨앗… 어떤 열매 맺힐지 기대됩니다

 

 

우리는 언제든 손쉽게 ‘성경’을 찾고 펼쳐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열어 곧바로 읽을 수도 있다. 이런 성경이 지구 반대편 가난한 나라 이웃들에게는 평생 한 권 가져볼 수 없는 귀한 책이다. ‘성경 한 권 갖고 싶은 꿈’을 가진 이들에게 성경을 지원하는 국제성경사도직후원회(회장 박찬순 그라시아, 담당 홍근표 바오로 신부)의 활동과 열매를 소개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은감바이어, 아촐리어, 마쿠아어, 루소가어…. 이름도 생소하고 글자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언어들. 국제성경사도직후원회(이하 국성회)가 다른 나라에 후원한 성경책들의 언어다. 국성회는 가난 때문에 하느님 말씀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자기 나라 언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입에 풀칠하기도 급급한 이들에게 왜 식량이 아닌 성경일까.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는 말씀처럼, 이들은 믿음에 희망을 두며 곤궁한 삶을 버티고, 하느님 말씀으로 영혼의 배고픔을 채우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성경을 구하는 일 자체가 어렵거니와 자국어로 된 성경은 아예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경 말씀은 오로지 미사 중에 구전으로만 접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신자들에게 온전히 가닿기는 어렵다. 자국어 성경이 없는 나라들은 식민지였던 경우가 많다. 고유의 언어가 있지만 식민 통치를 받으며 유럽어나 영어를 공용어로 쓰게 돼 그 언어로 해석된 말씀을 접했다. 자국어 성경을 갖게 되고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이들에게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성회를 통해 자국어 성경을 얻게 된 이들은 감격에 겨워 교황에게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2014년 부룬디 주교단이 키룬디어 성경을, 2022년에는 파키스탄 성서위원회 임원이 우르두어 성경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봉정했다.

 

국성회 담당 홍근표 신부는 “물적 지원을 통한 구빈을 넘어 복음의 가치,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품도록 돕는 일이 그리스도교 자선 사업 본연의 목표”라며 “육신을 배불리는 빵과 영혼을 배불리는 생명의 빵을 주는 일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시작으로 지구촌 곳곳에 하느님 말씀을

 

국성회는 설립 16년째인 올해까지 42개국에 성경책 약 30만8700권, 교리서와 기도서 약 14만5600권을 지원했다. 대체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지역이다.

 

성경 보급은 국성회 초대 담당 사제인 이문주(프란치스코) 신부가 시작했다. 베트남 군종신부로 파견됐던 이 신부에게 베트남 성직자들이 성경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 신부는 1997년부터 성금을 모아 성경을 보급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곳에서 지원 요청이 쏟아졌다. 이 신부는 더 많은 후원을 위해 주임신부로 소임하던 양재동본당에서 2007년 5월 국성회를 발족, 2008년 2월 서울대교구 사도직 단체로 승인받았다.

 

국성회는 가난한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요셉의원과도 인연이 깊다. 요셉의원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요셉) 원장은 2008년 4월 임종 전 이문주 신부에게 병자성사를 받고 요셉의원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신부님, 저는 그들에게 빵을 주었는데 신부님은 말씀을 전하시니 이는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신부님께서 이 일을 함께 해주십시오.” 선우 원장의 유지를 이어가며 국성회는 요셉의원과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해 왔다.

 

현재도 국성회는 가난 때문에 복음화의 길이 가로막힌 교회 책임자들의 도움 호소, 세계 곳곳 험지에서 드러나지 않게 빈민들과 함께하는 한국인 사제, 수도자 선교사들의 요청을 받아 성경과 교리서 등을 후원한다.

 

현지인 성서학자를 한국으로 데려와 생활비를 보조하며 번역을 진행하거나, 요청 국가에서 번역본 파일을 건네주면 성경책으로 만들어서 보낸다. 현지에서 인쇄하도록 재정 지원도 하지만 대체로 인쇄술이 열악해 쉽지는 않다. 선적 운송비용도 상당하지만 국성회는 하느님 말씀을 지구촌 곳곳에 전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앉은 자리마다 피어나는 하느님 말씀

 

후원받은 이들은 소중하게 받아든 성경으로 맺은 열매 이야기를 기쁘게 전해온다. 국성회는 성경책뿐 아니라 교리교사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자국어 교리서도 지원한다. 덕분에 대부분 교리교사들은 자국어 성경과 교리서로 말씀을 전할 훈련을 받으며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거듭난다.

 

가난한 나라의 많은 본당과 공소에 성경 나눔을 하고 필사하는 성경 공부 그룹이 생겨나고, 교회 공동체들이 성경을 읽으며 월례 회의를 시작한다는 소식,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읽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베트남에서는 성경경진대회까지 생겨 국성회가 수년간 행사 경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상이 그들에겐 감사의 연속이며, 삶의 고난과 어둠을 밝히는 크나큰 빛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국성회는 성경 보급뿐만 아니라 문맹 탓에 성경을 읽지 못하는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문해 교육 교재와 학용품을 제공하며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돕기도 한다. 국내에는 벽지 공소와 교도소에 성경을 지원해 왔다.

 

국성회 박찬순 회장은 “손때라도 묻을까, 종이가 구겨질까 끈에 매달아 바라만 본다”는 한 신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박 회장은 “성경을 받고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그들에게 성경이 소중하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라며 “성경을 대하는 이들의 경건한 태도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국성회 활동은 후원회원 730여 명의 힘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현재도 세계 각처에서 도움을 요청받고 있지만, 적은 후원회원으로 충분한 도움을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홍근표 신부는 “말씀이 자기 언어로 온전히 전달되는 파급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며 “말씀이 좋은 땅에 떨어져 가난한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큰 열매를 맺도록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에게 말씀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선교의 하나”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 후원 및 문의: 우리 1005-801-003937(예금주: 국제성경사도직후원회), 02-2676-9981 국제성경사도직후원회

 

[가톨릭신문, 2023년 11월 26일, 염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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