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25주년 맞은 한님성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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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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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주간] 창립 25주년 맞은 한님성서연구소
25년간 성경 연구 서적만 60여 권, 성경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 연구소에서 번역, 연구한 책들이 비치된 책장.
1998년 발족한 이래, 평신도 신학자 인재 양성과 성경을 떠받치는 그리스도교 원천 연구에 몰두해 온 한님성서연구소(소장 정태현 신부). 사반세기 한국 신학의 토양을 일궈온 연구소는 12월 1일 ‘성서 주간, 연구소 창립 25주년 학술 발표회’를 앞두고 있다.
원천 문헌 연구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시기, 평신도 신학자들이 나서 척박한 땅에 양분을 주기 시작했다. 성경 자체 연구는 물론, 구약을 태동시킨 고대 근동 문화와 구약을 주석한 유다교 랍비들의 문헌, 외경과 동방 그리스도교, 교부학 등 성경을 뒷받침할 원초적이고 가치 있는, 누구도 이전엔 시도하지 못했던 문헌 연구에 집중했다. 지금도 그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성서 주간(11월 26일~12월 2일)을 맞아 평생을 성경 연구에 매진해 온 소장 정태현 신부와 연구원들을 만나 성경에 대한 애정과 연구소 창립 25주년의 의미, 소회를 들었다.
연구원들의 성경 이야기
저마다 자리에서 성경을 연구하며 한국 신학의 토대를 다지고 있는 연구원들. 신학 연구를 평생 업으로 선택한 연구원들에게 성경은 어떤 의미일까.
구약학과 고대 근동언어로 박사 학위를 받고 관련 자료를 연구 중인 주원준 수석 연구원은 “사람들이 구약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모든 인간사가 들어 있어 읽다 보면 재밌다”며 “지금껏 신학을 하고 있는 이유도 그 안에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다 보니 하느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엄청난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인류 전체 역사, 인간과 하느님의 근본적인 관계를 다루는 굉장히 매력적인 학문이 신학”이라고 전했다.
- 한님성서연구소 전경.
근동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소에서 신구약 외경과 영지주의를 연구하고 있는 송혜경 수석 연구원도 “성경은 2000년을 묵었지만, 전혀 낡지 않았다”며 “성경 속 메시지는 마치 현대인들이 던지는 질문처럼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답을 정확히 알려준다기보다 평생 물어가야 하는 질문이 성경에 있고, 그 여정을 예수님께서 함께해 주신다”고 덧붙였다.
구약학 박사 학위를 받고 탈무드 시대 랍비를 공부한 후 관련 연구에 몰두 중인 강지숙 수석 연구원도 “성경에는 하느님의 지혜와 가르침, 인간들의 온갖 선과 악 등 없는 게 없다”며 “모두가 알다시피 성경은 삶의 지침서”라고 말했다.
이들이 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처럼 성경의 매력에 푹 빠져 감사한 마음으로 학문에 몰두하는 작업만큼은 모두 똑 닮아있다. 주 연구원은 “평신도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 있고, 그 자리에서 25년간 교회 발전에 기여하는 서적과 논문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며 “우리 연구소를 모델로 삼아 다른 분야에서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 역시 “개인적으로 책만 10권 이상 냈다”며 “상업적인 책이 아니기에 이런 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줄어들고 있는 다음 세대 평신도 신학자들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주 연구원은 “인구도 줄고 종교 자체에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성경 공부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며 “행복한 길이다”라고 전했다.
송 연구원은 ‘전 신자 신학하기’를 제안했다. 그는 “신학은 특별한 게 아니다”며 “하느님에 대해 질문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스승이시고, 우리는 제자입니다. 끝까지 예수님의 제자이고 싶습니다. 함께 제자의 길을 걸어갔으면 합니다.”
한님성서연구소 소장 정태현 신부
“아무도 관심도 없고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교회 안팎에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니 책임도 커집니다. 아직 할 일이 태산이에요.”
그리스도교 원천 연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교회에서 연구소를 설립하고 25년간 60여 권에 이르는 연구 서적을 간행했지만, 소장 정태현(전주교구 성사전담) 신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간 연구소는 고대어 성경 번역본 번역을 비롯해 구약성경과 직결된 고대 근동 문헌과 랍비 문헌, 신약성경과 직결된 외경 문헌과 교부 문헌 등을 번역해왔다. 현재도 성바오로딸수도회와 협력해 「거룩한 독서를 위한 성경 주해」 시리즈 등을 출간하고 있다. 정 신부는 “10년 전 시작한 성경 주해 시리즈는 이제 4분의 1 정도 온 것 같고, 아직도 연구해야 할 수많은 그리스도교 원천 문헌들이 존재한다”며 “번역하고 충분한 해설을 붙여서 한국 교회 토양을 풍성하게 하는 데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평신도로 구성된 연구원들에 대한 애정과 염려를 드러냈다. 정 신부는 “평신도는 세상 한가운데 살고 있기 때문에 사제나 수도자보다 오히려 더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고, 신학도 그만큼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제대로 양성도 시키지 않고 대가 없이 봉사하라는 교회 모습을 본다”며 “교회가 먼저 평신도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꾸준히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님성서연구소가 그 모범이 되고 있다. 연구소 연구원들은 1, 2년 단기 교육 수준이 아니라 박사 과정까지 모두 끝낸 인재들이다. 많은 재원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교회의 큰 자산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 교회 신학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아울러 정 신부는 “오늘날이야말로 성경이 꼭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순간 ‘충, 효, 예’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물질만능주의와 과학 만능주의가 대신하며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왔다”면서 “유교 문화가 외면당한 이유는 수직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근본 가르침은 서로 사랑하라는 상호성을 내포하고 있고, 하느님 당신께서 높은 위치를 버리고 인간 세상으로 오신 육화의 신비를 보여주셨다”며 “물질만을 기준으로 삼는 이 시기, 성경은 영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1일 창립 25주년 학술 발표회
12월 1일 성서 주간에 의정부교구청 신앙교육원에서 열리는 ‘연구소 창립 25주년 학술 발표회’ 주제도 ‘말씀의 육화와 성경의 올바른 해석’이다. 정 신부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육화”라며 “성서 주간을 맞아 보다 넓은 차원에서 성경 속 육화된 말씀을 현실과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하며 삶에 적용시켜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 : 031-846-3467, 한님성서연구소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1월 26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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