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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사)막달레나공동체

22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2-05

[사랑의 손길] (사)막달레나공동체


상처받은 이들에게 안전한 피난처와 환대를…

 

 

영순(가명) 씨는 어린 시절 친척 아저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부모님에게 말했지만, 오히려 집안 망신이라는 꾸지람과 함께 매를 맞기 일쑤였고, 그 누구도 어린 영순 씨를 보호해 주지 않았습니다.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온 영순 씨는 호적조차 없어 공장에도 취직할 수 없었고 그렇게 거리를 떠돌았습니다. 이후 영순 씨는 성매매 여성으로 40년을 살았습니다. “내가 죄가 많아요. 그래도 선생님들 덕분에 잠시라도 눈물 나도록 행복할 수 있었어요. 고마운 마음 제 가슴에 담고 떠날게요….” 55세 생일을 얼마 앞두고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영순 씨는 그해 겨울, 하느님 품에 안겨서야 비로소 편안히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로3가 일대에 가면 또 다른 영순 씨들을 만나게 됩니다. 병든 남편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가족이 남긴 빚을 대신 갚기 위해, 홀로 남겨진 손주를 키우기 위해, 끔찍한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친 후 아이와 먹고살기 위해…. 그녀들은 각자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을 안고 오늘도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막달레나공동체는 1985년, 용산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여성들의 행복과 삶의 권리에 주목하며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만나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면서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전부터는 종로3가를 중심으로 성매매하는 중고령 여성들의 비참한 삶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디에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생계 때문에 자기 자신은 돌볼 겨를이 없었던 그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병원에 같이 가 줄 가족이나 친구도 없는 그녀들에게 공동체는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입니다. 하지만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막달레나공동체에서는 그녀들과 조용히 이야기 나눌 공간 하나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종로 주변 상가 건물, 지하도 입구, 옛 피카디리 극장 주변 건물, 모텔 계단 등이 그녀들을 위한 상담 공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녀들에게 언제라도 곁을 내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상처 입은 심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서적 돌봄 지원 사업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여성들에게 따듯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며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드리고 병원에도 함께 동행하고 싶습니다. “제가 죄가 많아요.”라고 고백하는 여성들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 수 있도록 막달레나공동체가 함께 하겠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쉼터에서 그녀들이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삶의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시길 청합니다.

 

“삶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여러분의 시선에서 안전한 피난처와 환대를, 여러분의 포옹에서 격려를, 여러분의 손길에서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어루만짐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 프란치스코 교황님

 

※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004-42945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2023년 12월 2일~2024년 1월 5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사)막달레나공동체’를 위해 씁니다.

 

[2023년 12월 3일(나해) 대림 제1주일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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