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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무엇을 담았나2: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목 전망

135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2-21

[특집]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무엇을 담았나 (2)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목 전망


“문턱은 낮추고 문은 넓히자” 교회의 미래는 변화와 쇄신에 달렸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담당 옥현진 시몬 대주교, 소장 이철수 스테파노 신부)가 지난 1월 31일 발간한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이하 사목 백서)는 팬데믹이 한국사회와 교회에 가져온 직·간접적 영향과 교회의 사목적 대응,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목 전망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사목 백서 3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목 전망’에는 사회, 종교, 의료, 수도회, 전례, 청소년·청년, 생태, 신학·사목 등 8개 분야별 전문가들의 기고를 담고 있다. 종교와 전례, 신학·사목 분야를 중심으로 팬데믹 시기를 거쳐온 교회 공동체의 현실을 성찰하고 미래 교회의 사목을 전망한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종교의 대사회적인 역할에 대한 성찰과 함께 공공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2021년 11월 12일 대구 요셉의집에서 도시락과 방역·방한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코로나19는 위기인 동시에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기회”

 

사목 백서에 수록된 ‘코로나19가 우리의 삶과 신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결과는 교회와 신앙의 현실과 당면 과제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코로나19 이후 교회에 관한 신학적 성찰’을 제목으로 신학·사목 분야 전망을 소개한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 담당 정희완(요한 사도) 신부는 설문조사 결과의 두드러진 특징을 소개하고, “세속화 여정 속에서 종교가 문화의 한 요소로 전락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신앙은 경제적 삶과 건강, 다양한 실존 문제보다 후순위에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앙인의 삶에서 신앙과 신앙생활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전례 생활과 관련한 우리의 삶과 신앙’ 제목으로 전례 분야 사목 전망을 집필한 춘천교구 포천본당 주임 김혜종(요한 세례자) 신부도 “주일미사나 신심단체 활동을 하지 않아도 내 삶에는 그것을 대체할 것들이 많다고 여기는 인식의 확산”을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로 꼽았다.

 

 

교회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변화·쇄신을 향한 공적 담론 형성

 

그렇다면 팬데믹으로 더욱 극명히 드러난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김혜종 신부는 “앞으로의 시간은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다시 부각된 우리 안의 문제를 새로 인식하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는 ‘어떻게?’만을 고민하며 살아오던 우리에게 ‘왜?’라는 신앙의 근원적 질문을 던졌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따른 적용과 방법만을 고민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신앙을 살아가야 하고 ‘왜’ 신앙이 중요한지 목적에 대한 성찰이 항상 선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신앙의 목적과 방향성은 특별히 세례성사와 성체성사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고 전한 김혜종 신부는 “대면 방식과 비대면 방식이 공존하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 같은 공간 속에서의 하느님 현존 체험을 같은 시간 속에서의 체험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성체성사에서 드러난 파스카 신비가 같은 공간을 넘어, 다른 공간이지만 같은 시간 속에 확장될 수 있도록 ‘전례의 공간적 차원과 시간적 차원의 조화’를 과정 속에 담아내야 할 것”이라는 과제도 제시했다.

 

코로나19가 교회 안에 누적된 위기와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음을 교훈 삼아 교회의 현실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 나아가 변화와 쇄신을 향한 공적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희완 신부는 “신학자들은 성경과 교리의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의 담론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하고 교회 언론은 교구장들의 사목적 선언, 신학자들의 담론, 교회 현실을 살아가는 신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교회의 방향과 비전을 통합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교회 안에서 권위와 책임을 지닌 지도자들과 미래를 전망해야 하는 신학자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며 “특히 주교회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성찰과 전망이 절실히 필요하고 교구장으로서뿐만 아니라 보편 교회의 사목자로서 주교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전했다.

 

팬데믹 당시 서울 청담동본당에서 실시한 ‘신부님과 함께하는 비대면 태교모임’ 화면.

 

 

사회 속 종교의 역할 정립과 공공성 강화 노력

 

코로나19를 계기로 종교의 대사회적 역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공공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팬데믹이 종교에 미친 영향’ 연구 결과를 통해 종교 분야 사목 전망을 밝힌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신자 여부를 막론하고 국민들은 교회가 사회적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며 “시노달리타스적인 교회가 돼야 한다는 강한 의식 전환을 바탕으로 교회의 문턱은 낮추고 문은 넓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종교는 전통적으로 치유자의 역할을 통해 권위를 인정받아 왔지만 코로나19 당시에는 정책의 호응과 감염·전파의 억제라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위기가 다시 발생할 경우 신속히 신자들을 설득하고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도 설득력 있는 행동을 취하며 희생하고 봉사하는 모습으로 신뢰와 권위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희완 신부도 “세속화 시대에 역설적으로 종교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며 “사람들은 종교가 공적 역할을 통해 정신적·영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대안적 가치의 원천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라인(All-Line)’ · 하이브리드 교회로의 변화 가능성 검토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교회의 속지주의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성찰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한 하이브리드 교회로의 변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혜종 신부는 “속지주의를 바탕으로 공간의 중심성에 바탕을 둔 현재의 본당이나 신앙 공동체 체계는 코로나19로 흔들리게 됐다”며 “주목할 것은 올라인(All-line) 형태, 즉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의 결합 형태가 보편화될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면 방식의 전례를 중심으로 비대면 방식의 신앙 성숙을 위한 교육과 돌봄이 대체가 아닌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문수 박사도 “현재 적극 참여층인 신자들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이동성이 떨어짐을 고려할 때 대면 모임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오프라인과 더불어 미래 세대의 소통방식이기도 한 온라인 방식을 적극 수용,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교회로 나가는 것이 답”이라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24년 2월 18일,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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