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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미술의 시간을 되돌리다17: 작품 한 점 복원하는 데 10년씩이나

112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1-10

[김주삼의 복원, 미술의 시간을 되돌리다] (17) 작품 한 점 복원하는 데 10년씩이나


미술품 복원, 재현 아닌 지난 세월 되살리는 작업

 

 

 

- 라파엘로 ‘황금방울새의 성모자’, 왼쪽부터 복원 전-복원과정(과거에 복원된 부분을 제거하는 클리닝작업)-복원 후. 출처=CBC news

 

과거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일본 영화가 제법 인기였다. 남자 주인공 준세이는 복원사 과정을 수련 중이다. 준세이가 오래된 유화의 묵은 때를 약품으로 걷어내고 손상된 부분을 처리하는 복원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미술품 복원은 지난 세월을 되살리는 유일한 작업’이라는 대사까지 어우러져 미술품 복원이 매우 매력있는 분야로 소개되었다.

 

이 영화의 배경이었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라파엘로의 ‘황금방울새의 성모자’가 10년의 복원 과정을 거쳐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그에 앞서 복원이 끝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무려 21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무슨 그림 한 점을 복원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리는 걸까?

 

미술품 복원은 한마디로 자연적인 노화나 사고 등으로 손상 입은 작품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을 뜻한다. 똑같이 그려서 재현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작품을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즉 작품을 그린 작가의 손길을 최대한도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원 개념이 정립되기 전에 그려진 라파엘로나 다빈치 등의 오래된 작품들은 대부분 무분별한 덧칠에 의해 심하게 왜곡된 경우가 많다. ‘최후의 만찬’을 첨단장비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500년 동안 수차례에 걸친 무분별한 복원작업 탓에 몇몇 성인의 인상이 변해버렸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을 복원할 때에는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무분별한 복원작업의 흔적을 제거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엑스선 장비·현미경은 물론이고 단층촬영과 첨단 분석 장비가 총동원된다. 사소한 실수에도 원작이 손상될 수 있어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최후의 만찬’은 하루 작업량이 밀리미터 단위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작업 시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전체 기간의 대부분은 과거 잘못된 복원작업을 제거하는 데 할애된다.

 

구복원의 제거작업이 끝나면 소실된 부분에 대한 처리가 필요하다. 통상 메움 작업과 색 맞춤 작업이 진행되는데, 옛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재료를 사용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물감을 비롯한 모든 재료는 원작의 손상 없이 언제든 제거할 수 있도록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을 사용한다. 원작과 복원 부분을 분명하게 구별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거니와 혹 오류가 있을 때 쉽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후대의 복원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배려인 셈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도 사실 작품이 온전하게 남아 후대에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경우에만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올바른 복원작업과 보존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1월 10일, 김주삼 루치아노(atr C&R 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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