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1-12.....주님의 세례축일
-
2522 이철희 [gold] 스크랩 2025-01-10
-
주님의 세례축일 (다해)
이사 42,1-4.6-7 사도행전 10,34-38 루카 3,15-16.21-22
2025. 1. 12. (주일)
주제 : 나에게 세례는 무엇인가
오늘은 예수님이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실 분인지, 세상의 사람들에게 드러난 공현을 또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드러난 표현은 세례자 요한에게서 예수님이 세례를 받았다는 일입니다. 아쉽다는 표현을 쓴다면, 예수님이 세례를 받기 전후의 모습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우리가 현실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른으로서 예비자 교리의 과정을 마치고, 세례성사로 신앙공동체에 속하게 된 사람들이라면 자기에게 세례성사가 이루어졌을 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는지 증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일어난 일을 보고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우리가 감동하고 축하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놀라운 일의 의미는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을 때가 아니라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체험으로 알고 그 의미를 새길 때 생기는 법입니다.
이스라엘에 있는 요르단강의 남쪽 끝에 있는 ‘예수님이 세례를 받았다는 장소’인 ‘애논’이라는 곳으로 성지순례를 간다면, 우리가 만나는 그 장소는 설명할 내용이 특별히 도드라지지 않은 보잘것없는 평범한 장소입니다. 현실은 물이 많이 흐르는 곳도 아니고,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습은 물을 모아놓은 듯한 작은 소(沼)가 있는 개천의 한 장소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거기에서 놀라운 일을 맞이하셨다는 일을 전하는 성경의 말씀이 있기에, 우리가 그 장소를 놀랍게 대하는 일일 뿐입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셨다는 장소가 이렇게나 보잘것없는 곳인데, 세례자요한에게서 예수님은 정말로 세례를 받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장소입니다. 내 삶에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다가오는 곳은 다른 사람의 삶에 일어난 일을 놀랍다고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보잘것없다고는 해도 개인이 삶에서 경험한 일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게 다가올 때 분명히 그 사람의 삶에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 본당에서 작년 9월4일을 기준으로, 본당설립 50주년을 기념하자면서 신앙수기를 쓰자고 했고,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의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일어난 놀라운 일이 이야깃거리의 수준에 머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내가 지금 생각하는 놀라운 일이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일어났다고 여긴다면 그 의미는 다르다고 말할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누구나 부자로 살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생각이고, 권력을 누리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며, 나에게 찾아온 권리와 명예는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행복을 말할 텐데, 신앙에서는 같은 행복(幸福)이라는 글자를 쓰면서도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합니다. 내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나 혼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그 의미를 드러내기를 권장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세례는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세례성사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사제가 세례를 받으려고 준비한 사람의 이마에 물을 붓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준다는 짤막한 말과 거룩함의 성유를 바르는 일이 전부입니다. 그가 삶에서 맞이할 참으로 놀라운 일은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사람의 정성과 그 일이 있은 다음, 각자가 삶에서 그 모습을 어떻게 드러내려고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입니다.
오늘 루카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세례는 그 모습이 특별하다거나 강조할 내용이 크지는 않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오신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셨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성령이 내려오셔서, 그 일에 하느님의 뜻을 선포한 말씀을 선언한 사실만 있을 뿐입니다. 그 내용을 우리는 얼마나 바르게 알아듣겠습니까
그렇게 하느님의 일을 알아듣고 선포할 사람이 실천해야 하는 사명은, 우리가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에서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본보기를 뒤따라 살겠다는 의미로 세례의 행렬에 동참한 우리는 과연 세상에서 실현할 사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없다고 말하기가 쉽지만, 내가 실천하는 사명에 따라서 좋은 삶의 결과는 나에게 생길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내 삶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축복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세례성사의 은총을 우리가 바르게 누리고 살도록 도움을 청할 시간입니다.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