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례] 알기 쉬운 전례 상식: 훼손된 성물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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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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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전례 상식] 훼손된 성물은 어떻게?
선물은 받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요셉 씨!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으셨다니 하느님의 자녀가 되신 것에 대해 축하드립니다. 여기 예수님상을 선물로 드립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예수님을 생각하며 신앙의 힘으로 이겨 내시길 바랍니다.” “마리아! 견진성사도 받고 교회의 성숙한 어른도 되었으니 축하해. 성모 마리아를 닮으라고 성모상을 선물로 준비했어”.
예비 신자 기간을 거쳐 기본 교리를 배워 익힌 다음 하느님 백성이 되는 세례를 받거나,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을 받아 성숙한 어른이 되었거나, 영명 축일을 맞아 여러 신심 단체에서 특별 공로를 인정받았을 때, 대개 신앙의 상징이요 표현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아름다운 성물을 선물로 주고받는다.
하지만 하느님께 기도하고 공경하는 상징물인 성물이, 시간이 흘러 훼손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시에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 구역의 쓰레기장에는 이사를 오고 가는 시기가 되면 오래된 예수님상과 성모님상을 비롯하여 멀쩡한 성물들이 버려져 있는 경우가 있다. 실로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면 가톨릭 교회는 언제부터 훼손된 성물을 처리하는 규정을 내렸고 그 지침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1874년, 지금의 교황청 경신성사부와 신앙교리부의 전신인 예부성성(Sacra Congregatio Rituum, 1588-1969)과 성무성(Sanctum Officium, 1542-1965)은 훼손된 성물을 처리하는 규정에 관한 지침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고 한다.
“① 모든 종류의 천(제대보, 성체포, 성작수건, 제의, 장백의, 영대 등)은 태워서 재를 만들어 땅에 묻어야 한다. ② 성수가 오염되었거나 너무 오래되었을 때에는 흙이 있는 땅(밭이나 화단 등)에 직접적으로 쏟아 버려야 한다. ③ 성지가지는 태워서 재의 수요일에 재로 사용할 수 있다. ④ 묵주나 성상들은 땅에 묻어야 한다.”
심지어 1983년 교회법전은 “봉헌이나 축복으로써 하느님 경배를 위하여 지정된 거룩한 물건들을 존경스럽게 다루어야 하며, 개인 소유인 경우에도 속되거나 부적당한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제1171조)라고 강조하고 있다.
손상된 성물은 단순한 물질적 대상이 아니라 신앙의 표현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그 의미와 존엄성을 고려하여 처리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훼손된 성물이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될 수 있는 한 잘 수리하여 다시 사용하도록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 및 본당 차원에서 파손된 성물을 모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개인 및 가정에서는 훼손된 성물을 깨끗한 땅에 묻거나 포대자루에 넣고 잘게 부순 후에 잘 싸서 땅에 묻도록 한다. 본당 차원에서는 신자들이 파손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성물을 본당에 가져오도록 하여 한데 모아 파기하여 폐기하도록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물업자가 이러한 성물을 수거하여 처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몇 년 전에 미용실에 들른 적이 있었다. 성모상이 창가에 모셔져 있어서 천주교 신자인지 살짝 물어보았더니, 미용실 사장님의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저는 성당을 다니지는 않는데요. 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마리아상을 쓰레기장에 버리고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성모님을 잘 씻어 가게 안에 모셔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하네요.” 헉!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랄까?
“마태오님, 혹시 집에 손상된 성물이 있나요?”
[2025년 5월 18일(다해) 부활 제5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안식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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