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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 안에서의 환대: 성인들의 환대, 성 베네딕토,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

225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3-26

[신앙 안에서의 환대] 성인들의 환대, 성 베네딕토 4-1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음을 믿습니다(창세 1,26 참조). 그러므로 교회는 우리의 이웃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을 복음적 삶의 중요한 요소로 이해합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이러한 가톨릭의 인간관을 수도자의 일상 규범 안에서 구체적으로 녹여냅니다. 특별히「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서(Regula sancti Benedicti)」의 53장과 66장은 가톨릭 전통 안에서 ‘환대’가 지닌 깊은 신학적 의미를 드러냅니다.

 

먼저「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서」53장은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아들일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한 예절 규정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에 대한 깊은 신앙 고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환대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며,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이웃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는 신앙 고백의 실천입니다.

 

또한「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서」53장은 환대의 실제적 요소인 식사, 숙소, 대화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가톨릭 영성이 강조하는 애덕의 실천, 즉 말뿐이 아닌 환대와 적극적인 봉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삶과 일치합니다.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 안에서 환대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성적 행위이며, 손님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은총의 기회입니다.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서」66장은 수도원 문지기의 역할을 다루며 환대의 영성을 더욱 구체화합니다. 문지기는 수도원이 세상과 만나는 첫 관문이며, 그가 보여주는 태도는 곧 공동체의 영성을 드러냅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문지기에게 누가 문을 두드리거나 가난한 사람이 외치거든 즉시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또는 “강복하소서.” 하고 응답하도록 권유합니다. 이는 손님이 공동체에 부담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임을 드러내는 신앙적 인식의 표현입니다. 교회는 모든 만남을 은총의 사건으로 바라보며, 특히 약한 이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공동체를 정화하고 성장시키신다고 가르칩니다.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서」는 이러한 교회의 영성을 수도원의 일상 안에 체화시키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환대를 강조하면서도 수도원이 세상에 대해 ‘개방’과 ‘봉쇄’라는 두 요소를 동시에 지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우리가 세상 안에서 복음을 증거하면서도 세속적 가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균형과 같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 단절된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며, 동시에 내적 침묵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하는 신앙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서」에서 전하는 환대 영성은 단순한 인간적 친절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과 환대를 통한 애덕의 실천을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환대는 곧 하느님의 모상을 맞이하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꾸준한 기도와 환대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총이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2026년 3월 22일(가해) 사순 제5주일 인천주보 2면, 김범종 안토니오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신앙 안에서의 환대] 성인들의 환대,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 4-2

 

 

‘마더 데레사’로 알려진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께서 삶으로 보여주신 환대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의 모범입니다. 성녀의 사도직은 단순한 자선 활동이 아니라, 가장 가난한 이들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신앙적 응답이었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병들고 죽어가는 이들, 버려진 이들, 사회에서 외면받은 이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존엄을 지켜주며, 그들의 육체적 · 정신적 · 영적 상처를 함께 짊어졌습니다.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에게 환대란 단순한 도움의 제공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는 신앙의 증거였습니다.

 

1950년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에 의해 설립된 ‘사랑의 선교회’는 나병 환자, 에이즈 감염자, 버려진 노인, 거리의 아이들 등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돌보는 데 전념함으로써 환대의 영성을 공동체적으로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마더 데레사는 콜카타의 여러 지역에 보호 시설을 세워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음식과 숙소, 돌봄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교회가 강조하는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실천하는 구체적 형태입니다. 성녀의 환대는 물질적 지원을 넘어 위로와 동반, 그리고 사랑을 통해 그리스도를 향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마더 데레사의 활동은 자선에 대한 세상의 이해를 변화시켰습니다. 성녀는 자선을 단순한 물질적 나눔이 아니라, 품위 있는 환대와 희생의 행위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말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를 삶으로 살아낸 실천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성녀는 굶주린 이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뿐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영적 굶주림을 채워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목마른 이들에게 물을 주는 것뿐 아니라 평화와 진리, 정의와 사랑을 갈망하는 이들의 영혼을 돌보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헐벗은 이들에게 옷을 주는 것뿐 아니라 사랑받지 못해 존엄을 잃은 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 진정한 환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는 자신과 공동체가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관상가(觀想家, Contemplative)’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들의 삶이 기도 위에 세워져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성녀의 모든 활동이 기도와 성체성사에서 흘러나온 사랑의 열매였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의 환대는 가난한 이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신앙의 실천이며, 교회가 세상 안에서 수행해야 할 사랑의 사명을 순수한 형태로 드러낸 증거입니다.

 

성녀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나는 내 주변의 가장 작은 형제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우리도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의 모범을 본받아 우리의 작은 사랑의 행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느님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사랑과 환대는 결코 우리의 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에, 언제나 기도와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비록 사랑과 환대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할 때, 우리는 이웃들 안에 계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2026년 3월 29일(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인천주보 2면, 김범종 안토니오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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