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교회 지성에게 묻다: 제임스 마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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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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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 지성에게 묻다] 제임스 마틴 신부
“변두리에 손 내밀자는 예수님 가르침은 보편적 진리”
예수회 사제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 그리고 교황청 홍보부 자문위원인 제임스 마틴(James Martin) 신부는 사회적인 영향력뿐 아니라 복잡한 신학적 담론을 일상적 언어로 풀어내는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동시에 교회 변두리, 특히 성소수자(LGBTQ) 신자들을 향해 다리를 놓으며 진정한 복음적 환대의 모범을 보인다. 가톨릭신문 창간 100주년 기획 ‘세계교회 지성에게 묻다’의 두 번째 순서로 마틴 신부를 만나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우리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그의 ‘만남의 영성’을 들어본다.
- 2023년 6월 18일 성소수자 가톨릭 사목 컨퍼런스 폐막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는 제임스 마틴 신부. 마틴 신부는 온라인 사목 플랫폼 ‘아웃리치’를 설립해 성소수자 신자와 가족, 사목자들이 교회 안에서 소속감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 OSV 자료사진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 예수님처럼 소통하기
마틴 신부는 미국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를 펴내는 ‘아메리카 미디어’에서 25년 넘게 종사해 왔다. 그에게 글쓰기는 예수회 회원들이 오래전부터 이어온 ‘말씀의 사목(Ministry of the Word)’의 하나다.
마틴 신부는 “말씀의 사목이란, 미사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강론을 하는 것뿐 아닌 모든 종류의 글쓰기를 의미한다”며 “예수회 설립자이신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께서도 말씀하셨듯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사람들을 돕는 예수회원으로서의 소명이 사목 활동의 바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디어 활동은 교회와 세상 사이의 상호 이해를 돕는 작업이다. 마틴 신부는 대부분 성인이나 기도 등 뚜렷하게 가톨릭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종교 울타리 너머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푸는 데 평생을 헌신해 왔다.
“‘예수회원은 교회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고, 세상이 교회를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오랜 격언이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표현이죠. 저는 때때로 교회 밖 미디어를 돕는 일에도 초대받았습니다. 이 또한 ‘세상이 교회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의 일부예요.”
그가 펴낸 「다리 놓기(Building a Bridge)」나 「기도하는 법(Learning to Pray)」이 세계적 호응을 거둔 이유도, 영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단순명료하게 전달하는 카리스마에 있다. 무엇이든 쉽고, 직관적이고, 단순하고, '접근할 수 있게(accessible)‘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소통 방식”이라고 마틴 신부는 설명했다.
“예수님께서는 어부들에게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목수의 언어가 아니라 그들의 언어인 어부의 언어로 말씀하셨습니다. 훗날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설명해 주실 때도 자연과 일상의 사물들에 비유해 쉽게 풀어주셨죠. 그러니 우리도 예수님께서 하신 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든 접근부터 할 수 있어야죠.”
- 제임스 마틴 신부가 올해 2월 저서 「Work in Progress(미완의 여정)」의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책은 그가 식당 보조, 식기 세척기, 골프 캐디, 공장 노동자, 은행 창구 직원 등 젊은 시절 다양한 직업 경험 속에서 배운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아메리카 미디어소외된 이들과 함께 걷다
마틴 신부는 2022년 ‘아웃리치(Outreach)’를 설립했다. 성소수자 신자와 가족, 사목자들이 신앙 경험을 공유하며 교회 안에서 소속감을 잃지 않도록 돕는 온라인 사목 플랫폼이다. 아웃리치는 관련 온라인 에세이를 게재하고 신학적 자원을 제공하거나 정기 컨퍼런스를 여는 등, 소외된 이들과 교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마틴 신부는 이것이 예수회의 사목 지침 ‘보편 사도적 선택(Universal Apostolic Preferences)’ 중 하나인 ‘소외된 이들과 함께 걷기’의 연장선임을 밝혔다. 이어 “성소수자들은 분명 소외된 이들이기에, 나는 그들과 함께 걷는다”며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마틴 신부는 신자들의 소외감이나 고통에만 주목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경험한 하느님에 대해서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 역시 결국 자신들의 교회인 이곳에서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환영받는 신자임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묻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죄를 짓고 있잖아요.’ 그러면 저도 되묻겠습니다. ‘관계를 맺은 적도 없고, 그저 교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게이 청년이 대체 무슨 죄를 짓고 있다는 말이죠?’ 우리는 교회를 더 환대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 교리를 유지하면서도 다양성을 포용하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 마틴 신부는 하느님은 모든 이를 사랑하시며, 예수님은 자비와 연민의 삶을 사셨고, 성령께서 모든 이에게 현존하심을 들어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자는 이 가르침은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진리”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공생활 동안 로마 백인대장, 사마리아 여인, 한센병 환자들을 만나셨어요. 이들은 당시 기준으로 ‘이상한’, ‘다른’ 혹은 ‘남(others)’으로 여겨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자신의 교회에서조차 종종 배제되는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공동체에 손을 내미는 것은 바로 핵심 교리를 실천하는 것이죠.”
- 2019년 6월 미국 뉴욕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미사 주례를 마친 제임스 마틴 신부가 LGBTQ 신자와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메리카 미디어종교 무관심… 해법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
종교 무관심은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시급한 과제다. 과거에는 종교 자체에 대한 적극적 반감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종교를 삶에서 단순히 제쳐둬도 상관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마틴 신부는 “해법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격(person)’을 소개하는 것”이라며 실재하는 하느님과의 관계 맺기를 제안했다. 이는 곧 복음서와 성사, 다른 사람들 안에서 그분을 알아가는 것이며 “하느님이 우리를 알고 우리가 하느님을 아는 관계를 추구하며, 가까운 친구에게처럼 거짓 없이 활짝 열린 마음으로,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개방적이고 정직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느님과 건강한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건, 많은 사람이 단순히 그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과 함께하는 영적인 순간을 많이 경험하지만, 정작 그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기회가 살면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해요!”
분열을 이기는 ‘정서적 동료애’, 서울 WYD가 그 씨앗 되기를
젠더, 전례, 정치 성향 등 온갖 이슈로 교회 안에도 서로 다른 관점들이 대립한다. 미국교회도 공화·민주당 지지를 둘러싸고 신자들 간 분열이 첨예하다. 이러한 갈등의 해법은 무엇일까.
“정서적 동료애(affective collegiality)는 실질적 동료애(effective collegiality)에 앞섭니다.”
마틴 신부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인용한 티머시 래드클리프 추기경의 발언을 제시했다. 마틴 신부는 대의원 자격으로 시노드에 참석했다.
“어려운 주제에 대해 진정 대화하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상대를 알아가고, ‘의혹보다는 선의(benefit of the doubt)’를 가지고 대하며,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면서 마틴 신부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그러한 포용이 싹트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했다.
“한국교회는 매우 활기차고 ‘살아있는(alive)’ 교회이니 분명 잘 해낼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 즉 장애인, 성소수자, 신앙에 대해 힘겨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사람들이 WYD에서는 환영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줬으면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자주 말씀하셨듯, 이 대회는 ‘모두, 모두, 모두(todos, todos, todos)’를 위한 것이어야 하니까요.”
- 2025년 9월 교황청 사도궁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알현한 제임스 마틴 신부. 아메리카 미디어가톨릭신문과 독자들에게
마틴 신부는 오늘날 탈종교화 시대일수록 가톨릭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종교 전문 기자가 줄어들면서 교회를 설명해 줄 소통 창구도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신자들이 종종 잘못된 정보원으로부터 교회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가톨릭 미디어에 기대와 신뢰를 잃지 않고, 또한 지원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며 “가톨릭 뉴스와 정보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은 가톨릭 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간 100주년을 앞둔 가톨릭신문과, 오랜 성원을 보내온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루신 역사를 기쁘게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통해 이루신 일들에 감사하고, 또 하느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새롭게 무엇을 바라시는지 시대의 징표 안에서 식별하기에 참 좋은 때입니다.”
■ 제임스 마틴 신부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미디어 전문가, 영성가인 마틴 신부는 1960년 미국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경영인의 길을 걷던 중, 부르심을 깨닫고 1988년 예수회에 입회했다.
마틴 신부는 복잡한 신학적 담론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하고 명료한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며, 유머와 지혜를 곁들여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 맺기를 독려한다. 특히 미디어 사목에 깊은 관심을 쏟아 「아메리카」의 상임 편집 위원(Editor-at-large)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황청 홍보부 자문위원으로 세상과 교회의 소통을 돕고 있다.
「Work in Progress(편역: 미완의 여정 / 국내 미출판)」 를 비롯한 저서는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신자·시민에게 영적 위로를 전했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가톨릭출판사)는 예수회 출신 성인들의 삶과 마틴 신부 자신의 예수회 양성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 돈, 일, 기도, 의사결정 같은 현실 문제에 신앙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에서 예수가 실제 거닐었던 현장을 직접 체험한 여정을 담은 「예수, 여기에 그가 있었다」(가톨릭출판사)는 복음서 본문, 순례 현장감, 역사적 예수 연구와 신앙적 묵상을 함께 엮어 예수와의 인격적 만남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도의 방법과 지향, 전례 시기에 따른 기도 생활에 대해 체험을 곁들인 일상의 언어로 안내하는 책 「기도, 할수록 좋네요」(바오로딸)가 한국에서 출간됐다.
[가톨릭신문, 2026년 5월 31일,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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