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운동 단체: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운동(M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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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0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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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가톨릭운동 단체를 전망한다] (9) M.B.W.
교회 쇄신 통해 더 나은 세상 건설
1. M.B.W. 운동은 각 개인과 공동체가 성화와 쇄신을 통해 더 나은 교회,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 운동이다. 지난해 경북 칠곡군 한티 피정의 집에서 개최된 M.B.W. 아시아회의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 지난해 8월 배론성지에서 하계 연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국 M.B.W.회원들.
현대 세계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변화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 문화와 가치관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새로운 문화와 가치가 자리잡은 현대 사회에서 절대적 가치는 마치 사라진 듯 보일 정도다. 그래서 학자들은 현대를 가치관 상실 시대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교회도 이런 변화의 물결에서 예외가 아니다. 물론 교회가 가르치는 진리와 가치는 불변하지만 복음선포라는 교회 본연의 사명을 현대사회에 걸맞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회 전반에도 새로운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현대 사회에 대한 쇄신과 적응을 강조했다. 세속을 기피하거나 그 위에 군림하는 과거 교회의 모습에서 벗어나 세상 속에서 구원의 진리를 전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쇄신과 변화가 절실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과 자각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한 대표적 운동이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운동’(Movement for a Better World, 이하 M.B.W.)이다. 예수회 소속 롬바르디 신부가 창시한 이 운동은 현대 사회의 시대적 징표를 하느님의 시각으로 깨닫고, 내적 성화와 회심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가정과 교회, 사회와 세계를 하느님 뜻에 걸맞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운동이 한국에 도입된 지 어느덧 35년이 지났다. 196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M.B.W. 운동은 다양한 형태의 수련회와 묵상회를 개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른 교회 공동체 쇄신을 이끈 주역이었다. 신자들은 M.B.W.를 통해 공의회가 강조한 교회 쇄신과 변화를 깊이 체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 현재 서울과 대구를 비롯한 9개 교구에 M.B.W. 추진회가 구성돼 있으나,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교구는 손에 꼽힐 정도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관계자들은 "그간 M.B.W. 운동이 대중적, 조직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각자가 성화되어 교회와 세상을 쇄신하는 촉진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체험했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이를 망각하게 되고, 이제는 이를 실천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겹게 느껴집니다."
10년전 구역장으로 일하다가 M.B.W. 수련회에 참가, M.B.W. 정신을 배웠다는 최 아무개(아녜스, 56)씨의 고백처럼, M.B.W. 운동 자체가 갖는 특성상 개인적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활성화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각 교구의 추진회는 1주일 또는 3~4일 동안 숙식을 하면서 진행하던 수련회를 3~4일간 매일 2~3시간 강의와 그룹 토의 형태로 변경, 바쁜 현대인들이 좀더 쉽게 M.B.W.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운동의 확산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 차원의 운동을 공동체 차원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M.B.W. 수련회에 참가했던 이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쇄신과 변화의 참다운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후속 프로그램 마련이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M.B.W. 한국 공동체 추진봉사회장 원유술 신부는 "M.B.W.가 각 개인의 신앙 성숙과 체험을 바탕으로 사회와 세계의 쇄신을 꾀하는 운동인 만큼 수련회 수료자들이 급변하는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제시하고 도와주는 교재 발간 및 후속 조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각 본당은 물론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을 비롯한 각종 단체에도 M.B.W. 운동이 널리 알려져 교회 내 모든 공동체의 쇄신과 재정비를 도모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사목자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
또 M.B.W. 운동의 확산 및 대중화를 위해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각종 수련회와 묵상회를 지도하는 봉사자(추진회원)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는 일도 요구되고 있다. 현재 전국 각 교구의 추진회원은 모두 100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추진회 업무에 전적으로 투신하는 ’풀 타이머(full-timer)’는 단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파트 타이머(part-timer)’와 ’협조회원’(friend)인 실정. 따라서 이들의 활동을 돕는 교회의 재정적 지원이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M.B.W. 운동이 지향하는 ’더 나은 세계’, 곧 하느님의 뜻이 성취되는 세계는 끊임없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다. 결코 중도에 그만 둘 수 없고, 지속적으로 쇄신 작업을 통해 이뤄내야 하는 숙제다. 그렇기에 M.B.W 운동에 주어진 역할과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운동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기초로 하여 사랑과 일치의 정신을 개인과 공동체 안에 증가시켜 더 나은 그리스도인, 더 나은 교회, 더 나은 세계를 만들려는 운동. 영어 Movement for a Better World를 줄여 M.B.W라고도 한다.
창시자는 예수회 소속 롬바르디(1979년 선종) 신부. 제2차 세계대전 후 폐허로 뒤덮인 세계에 화해와 일치를 강조하면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정신을 교회가 재현함으로써 하느님이 원하시는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처음 이름은 ’사랑의 십자군’ 운동이었으나 1952년 교황 비오 12세(재위 1939~1958년)가 이를 공식 인준하면서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운동’이라고 명명했다. 1958년 롬바르디 신부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을 모아 M.B.W. 추진회(Promoting Group)를 구성해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세계로 확산, 현재 45개국에 추진회가 구성돼 있다.
한국에는 1966년 롬바르디 신부가 내한해 기초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시작됐으며, 68년 다시 방한해 주교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묵상회를 실시함으로써 공식 도입됐다.
추진회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정 형태의 ’그리스도 공동체 수련회’를 통해 신앙생활을 성숙시키고 재정립하는 동시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공동체와 사회를 쇄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서울과 대구를 비롯한 9개 교구에 추진회가 구성돼 있으며, 그간 20여만명이 추진회가 주최하는 수련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또 매년 2000여명이 새로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M.B.W - 원유술 신부 인터뷰 : 교회가 세상 구원 표징 보여야
"현대 세계에 대한 쇄신과 적응을 외쳤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지 40여년이 됐지만, 아직도 교회는 변화되고 쇄신돼야 할 부분을 많이 갖고 있기에 교회 공동체 쇄신을 통해 더욱 나은 세계를 건설하려는 M.B.W. 운동이 활성화되고 확산돼야 할 것입니다."
M.B.W. 한국 공동체 추진봉사회장 원유술(대구 범어본당 주임) 신부는 "현대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끌어가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에 물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하고, "M.B.W.는 세상에 구원의 표징이 돼야 하는 교회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신부는 "교회가 눈에 보이는 업적과 결과에 치중하거나 매달리다 보니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세계에 복음을 적절하게 전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삶을 하느님 시각으로 되돌아봄으로써 시대적 징표와 하느님 뜻을 읽어내고, 자신이 속한 가정, 학교, 교회, 사회, 국가 등 공동체 전체를 복음 정신대로 변화하고 쇄신해 나가야 할 소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 신부는 이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M.B.W. 운동 정신이 알려질 필요가 있다"면서 교회 지도자와 사목자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원 신부는 이와 함께 "그간 여러 수련회와 묵상회를 통해 M.B.W. 운동을 접해 본 이들이 운동을 개인적 차원의 내적 성숙 정도로만 치부하지 말고, 운동 본연의 목적을 살려 더욱 나은 사회 건설 차원으로 승화함으로써 변화와 쇄신의 촉진자가 되어 달라"고 덧붙였다.
[평화신문, 2003년 10월 12일, 박주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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