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콜라레 운동의 정신과 현황, 포콜라레 엠마우스 마리아 보체 회장 인터뷰
-
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0-02-20
-
[인터뷰] 포콜라레 엠마우스 마리아 보체 회장
“사랑 안에 이루는 일치 … 모두를 사랑하라”
- 엠마우스 마리아 보체 회장.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불일치와 단절,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지난 세기, 끼아라 루빅이 시작한 포콜라레(마리아사업회)운동은 ‘모두를 사랑하라’는 단순한 영성으로 세상의 일치를 도와왔다. 2008년 7월 7일 끼아라의 뒤를 이어 새 회장에 선출되고, 1월 6일 아시아대륙 방문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엠마우스 마리아 보체(Maria Voce) 여사에게 진정한 일치, 진정한 사랑에 대해 들었다.
“포콜라레 핵심 영성은 ‘서로 간 사랑 안에 이루는 일치’입니다. 끼아라 루빅은 이 사랑을 ‘예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무도 배제함 없이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고, 성과 연령, 종교와 국적의 차이를 넘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받는 상대방이 그 사랑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나누는 것입니다.”
마리아 보체 회장은 ‘모두를 사랑하라’ 그 단순한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도 했다. 사랑을 통해 모든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을 끌어내는 것이며, 사랑을 통해 원수까지도 받아들이는 그리스도교 정신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 사랑은 이해타산이 없는 사랑, 초자연적 사랑이며, 구체적으로 피부와 와 닿는 현실 속의 사랑이다.
마리아 보체 회장은 이러한 포콜라레 사랑의 정신이 한국 사회에 있는 갈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도 정치적 갈등과 위기는 항상 존재합니다. 사회 계층 간 상반된 갈등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발아하고 있는 사랑의 씨앗이 모두의 도움으로 성장해 여러 갈등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랑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의 많은 포콜라레 회원들이 그것을 증명해줍니다.”
1월 7일 국회의사당에서 포콜라레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몇몇 여·야 의원과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 한국 본부 위원 등을 만난 그는 이러한 사랑의 문화가 정치의 장에도 확산될 거라는 희망을 공유하자고 했다.
“포콜라레 운동에 동참하는 여야의원들이 서로의 입장차를 이해하고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약속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작은 사례지만 서로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가 빚은 결실입니다. 정치인이든, 국민이든 나라의 유익이라는 선의의 목표를 겨냥해 자기 몫을 해 나간다면, ‘일치’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라고 희망합니다.”
그에게 일치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거창한 수식어가 필요한 이상이 아니다. ‘너’와 ‘나’가 경계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 일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분단이 고착화된 한반도 땅도 일치를 꿈꿀 수 있으며, 각 종교간 일치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일치 주간을 보내는 우리의 사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수님께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면 세상이 믿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가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세상이 믿지 않는 것에 대해 아무 탓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일치를 이루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신 사명입니다.”
- 마리아 보체 회장과 세계 포콜라레 공동회장 잔카를로 팔레티 신부(맨 왼쪽) 등이 1월 10일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가진 전국 포콜라레회원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해 40주년을 맞은 한국 포콜라레 운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신중하고 귄위가 있으면서도 창의적인 모습에서 한국 포콜라레 운동의 성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고, 예술인에서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친교의 삶을 사는 것을 통해 한국교회에 사랑의 문화가 성숙했음을 느꼈다고 했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가치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한국교회에 하나의 도전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세계가 아시아 대륙에 집중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교회는 아시아 대륙 전체가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전한 문화와 아름다운 풍토를 전파하며 아시아 전체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 한국 포콜라레를 비롯한 교회 전체의 몫이 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얼마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평신도 평의회 고문으로 임명받아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0년 8월 31일~9월 5일 서울에서 열릴 아시아평신도대회를 언급하며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신도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살아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우리 평신도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그러한 예수님의 존재를 증거해야 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는 평신도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때문에 곧 열리게 될 아시아평신도대회가 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이며, 한국 포콜라레와 교회가 이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일치와 사랑, 그 단순한 영성으로 진리를 수호하고자 노력해온 그는 자신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일치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몫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서로 간의 사랑 안에 충실히 머무른다면, 우리 안에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예수님을 본받아 다른 사람을 위해 제 목숨을 내어줄 각오가 돼 있습니다. 사랑하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제 몫을 다해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0년 1월 17일, 임양미 기자]
포콜라레 운동의 정신과 현황
‘벽난로’란 뜻의 포콜라레(Focolare)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탈리아에서 끼아라 루빅(1920~2008)에 의해 창시된 가톨릭교회 영성운동 중 하나로, 1962년 교황청으로부터 ‘마리아 사업회(Work of Mary)’란 이름으로 공식 인준 받았다.
이 운동의 핵심영성은 ‘일치’다. ▲ 예수님의 말씀과 모범에 따라 만나는 모든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며 ▲ 모든 사람 안에서 예수님을 알아보면서 사랑하고 ▲ 먼저 사랑하는 것으로 이웃과 일치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포콜라레 운동의 근본정신이다.
- 1969년 본부 설립 이후 한국 포콜라레는 현재 전국 7개 본부와 1개의 피정센터를 갖고 있으며, 약 2만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마리아 보체 회장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한 회원의 ‘영혼의 나눔’ 소감 발표를 듣고 있는 포콜라레 회원들 모습.
끼아라 루빅과 주변 동료 몇 명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사회의 신분과 성소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현재 전 세계 평신도뿐만 아니라 사제, 수도자 200여 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포콜라레 활동은 크게 7가지로 분류된다. 그중 종교간, 기독교간 일치를 위한 운동과 정치인의 일치를 위한 운동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시크교, 유교, 도교 등과의 대화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태국의 테라바다 소승불교, 일본의 텐다이 정통 불교, 인도의 ‘샨티 아쉬람’ 공동체 등과 삶을 통한 대화를 이뤄가고 있다. 복음적 사랑을 통한 기독교간 일치를 위해 현재 300여 개가 넘는 개신교회와도 접촉하며 대화하고 있다.
포콜라레 일치의 정신은 정치계로도 뻗어나가 1996년 이탈리아에서는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사랑 중의 사랑’인 참된 정치를 펼쳐가기 위해 노력하려는 정치인들의 활동이다. 이 밖에도 생명보호 운동, ‘원격 입양·결연’ 활동, 난민 구호활동, 이주노동자를 위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1969년에 첫 포콜라레 본부를 열었으며, 2004년 7월에는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 한국본부가 출범해 참된 사랑을 실현하고자하는 정치인들의 뜻을 모아가고 있다. 2009년에는 포콜라레 한국 진출 40주년을 맞아 전체 회원이 모이는 기념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현재 전국 7개 본부와 1개의 피정센터를 갖고 있으며, 약 2만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0년 1월 17일, 임양미 기자]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