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 평가 기사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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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민순 [minsuna] 200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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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국책사업…] 2. 엉성한 사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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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안산.시흥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서울 여의도 6배 면적의 시화호. 총 공사비 8천억원의 간척사업을 통해 담수호를 만들어 농공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1994년부터 호수가 썩어가면서 좌초했다. 환경재앙은 86~87년 졸속으로 진행된 계획수립 단계에서 비롯됐다.
당시 5공 정권은 중동 건설경기가 침체하자 남아도는 건설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겨우 7개월간 타당성 조사를 한 뒤 사업에 들어갔다. 착수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조차 하지 않았다.
`계획은 대충 세우고 삽질부터 - ` .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생각에 젖어 사전계획을 허술하게 세운 탓에 공사 도중 기본 틀이 자주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잦았다. 인천국제공항.경부고속철도.서해안고속도로 사업 등은 공사 도중 기본계획이 몇차례 변경됐다. 이에 따라 공사 기간이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이나 늘어났다.
계획수립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타당성 조사조차 형식적이고 부실했다. 각 부처가 94~98년 산하 또는 관련 연구기관 등에 의뢰해 실시한 33개 사업의 타당성 조사 중 단 한건(울릉공항)을 제외하고 모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났다.
기획예산처는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 99년부터 각 부처가 대형 공공투자사업(공사비 5백억원 이상)을 본격 추진하기 전에 미리 추진 여부를 가늠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 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절반 가량의 공공사업이 ▶경제성이 없거나▶사업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사업 시기가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보류됐을 정도로 일부 부처의 무리한 사업 추진은 계속되고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센터(소장 김재형)에 따르면 ▶99년 20개 중 9개▶2000년 29개 사업 중 15개 사업이 보류됐다. 올해 역시 중간점검 결과 41개 중 절반이 넘는 21개 이상의 사업이 보류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 계획은 짧게, 공사는 길게=경부고속철도의 추진 과정을 외국 사례와 비교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사업을 진행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일본은 고속철도(동해선.64년 준공)를 건설하면서 무려 20년간 계획해 5년5개월 동안 공사했다. 프랑스도 고속철도(동남선.81년 준공)를 놓으면서 21년을 준비해 5년5개월 만에 사업을 끝냈다.
하지만 경부고속철의 계획기간은 11년이었고 총 공사기간은 18년(92~2010년) 가량 걸릴 예정이다. 일본과 프랑스에 비해 사업 검토기간이 짧고 공사기간은 긴 비효율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사업 착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타당성 조사 기간이 1년여에 불과했다.
◇ 수요 예측 실패=4년 전 개항한 청주공항 여객청사. 오후 2시가 넘자 6천평이 넘는 청사 안은 적막감이 돌았다. 오후 2~6시 이.착륙하는 항공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간 이용객 2백50만명을 목표로 국제공항으로 출범했지만 53만명(2000년 기준)의 `동네 공항` 으로 전락했다.
최근 이용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당초 수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연명 박사는 "항공 수요의 부정확한 추정과 공항 접근도로의 미비, 정부의 의지 부족 등이 겹쳐 애초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고 지적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업비=인천국제공항은 92년 사업을 시작하며 총사업비를 3조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7조원(고속도로 건설비 포함)이 넘게 들었다. 공항 관계자는 "노태우 정권 말기에 건교부 고위 관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비를 추정한 결과" 라며 "중간에 실무자들이 나서 `이 돈으로는 도저히 안된다` 고 뒤집었어야 했지만 단 한명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 고 말했다.
새만금 사업의 당초 사업비는 방조제.배수갑문 사업비 7천억원과 어업보상비 1천2백억원, 내부개발 4천8백억원 등 1조3천억원이었다. 그러나 보상비와 공사비가 불어나고 환경개선자금이 투입되면서 3조1천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다.
◇ 부실한 사전 조사=정부는 강원도 영월의 동강댐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제성 및 편익 조사, 환경검토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에 착수하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이 사업은 "정부가 당초 수몰지구의 동.식물 생태 환경과 하천 유역의 지형 조건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는 등의 비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백지화했다.
기획취재팀=민병관.전영기.이규연.최상연.정경민.신예리.김기찬.김현기.이상복 기자 <projec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