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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목자의 소리
집중하지 못할때...

76 세검정 [skj01] 2002-06-13

"신부님, 미사 경문 틀리셨지요."

"네, 틀렸는데요. 오늘은 분심드시지 않고 집중하셨나봐요."

미사를 집전하다가 가끔 미사 경문을 잘못할 경우가 있다. 하기야 매일 반복되는 경문을 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틀리는 경우가 있다. 반복되는 전례 용어가 많아서 비슷한 것을 그냥 읽는 경우가 있다. 다시 하기가 겸연쩍어서 그냥 지나처 버린다. 틀리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 가끔 자문해본다. "미사가 어떤 것인데... 주님의 현존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그 원인을 살펴보면 미사를 봉헌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님의 현존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작은 일상적인 이야기 이지만, 한 신앙인으로서 나아가 한 사제로서 주님께 집중하지 못할 때, 그 열매가 달라질 수 있다.

 

요한 복음서 4장은 사마리아 여인과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사마리아 여인은 매우 자연스럽지 못하다. "당신은 유다인이고 저는 사마리아 여자인데 어떻게 저더러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요한4,9) 질문에서 풍겨오는 것이 매우 경직되어 있음을 보게된다. 그것은 역시 자신의 문제에 매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과거가 그리 순탄치 못했음을 보게 해준다. 그 여인에게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으니 그 마음이 어떠한지는 짐작하고 남겠다.

 

우리는 일상적인 삶에서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매우 건조할 때가 있다. 그리고 영적인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세히 살펴보면, 세속적인 동기이거나 자신의 문제에 너무 집착하거나 매여 있는 자신을 보게될 것이다. 그래서 삶의 열매들이 자유롭지 못하다.

 

주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요한4,14)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 그것은 모든 삶의 동기를 조건없이 사랑하시는 주님께 두는 것이다. 나의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주님께 맡기는 것이다. 십자가의 달리신 주님은 하느님이셨지만 오히려 부족한 우리들에게 "목마르다."(요한19,28)하고 청을 하신다. 그런 주님께 맡기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으며, 숨길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그 앞에서 쥐꼬리만한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시는 주님께 관대한 마음을 갖고 닥아 가자!

"주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거든,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아라."(시95,7-8)

 

검정마을에서 까망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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