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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자) 2024년 12월 12일 (목)대림 제2주간 목요일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알고싶어요
성당 종탑에 올라 있는 조각은 어떤 동물일까요?

74 임동규 [solokil] 200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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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성당 종각에 닭 모양의 조각을 세워놓는가?

    유럽을 여행한 사람은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성당 종각 위에 닭을 장식하여 세운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묻는 물음에 어떤 사람은 머리를 내두르면서 별난 질문을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또 이러한 문제쯤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양 자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왜 성당 종각 위에 닭 모양의 조각을 달아놓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성당 종각 위에 우뚝 서있는 닭의 형상을 쳐다보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상념에 잠긴 사람은 우선 이상한 생각이 들 것이다. 닭이 날짐승들 가운데 가장 얌전한 짐승이 아닐 터인데 어떻게 성당 종각 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사실 침착하고 얌전한 비둘기가 오히려 닭보다 성전 꼭대기에 더 적합하고 좋은 형상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무엇 때문에 옛 사람들이 닭에게 하느님 전당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는 영예를 주었을까?
    우선 어린이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교우라면 누구나 예수님을 배반한 베드로 사도를 경고하고 깨닫게 했던 예루살렘 사제관 뜰에 있던 저 유명한 닭에 대하여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닭은 베드로 사도가 살아있는 동안 닭 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늘 회개의 눈물을 흘렸을 만큼 잊혀질 수 없는 것이었고, 베드로 사도의 귓전에 사무치게 했던 그 무엇을 오늘도 성당에 오는 교우들의 귓전에 울려준다.
    우리 교회 안에도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기도서를 팔에 끼고
‘오! 하느님, 당신께 존경을 드리러 성전에 나옵니다.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하고 자만하는 교우들이 있다. 만일 이러한 교우들이 있다면, 종각 위에 세워진 이 닭은 그들에게 이미 성당 밖에서부터, 그리스도교의 모든 기도의 시초요, 잘못을 뉘우치며 비통하게 울던 베드로와 겸손하게 가슴을 치던 세리와 같이 ‘주님, 이 불쌍한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일깨워준다.
    닭을 종각 위에 세우면서 옛 사람들이 지녔던 또 다른 생각은,
날마다 해맑은 울음소리로 밝아오는 아침을 전하는 것이 닭이라는 것이었다. 시계나 종이 없었던 시대에는 닭이 사람들을 아침 경신례로 불러모으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옛 저서는, 성무일도 가운데 ‘아침기도’라고 하는 ‘아침 찬미경’을 ‘닭이 울 때 하는 기도’라고도 불렀다.
    신심 깊었던 옛 사람들의 격언에서 전해주듯이,
닭은 ‘하느님의 아침이요.’ 하고 울어대면서 그리스도교의 원초적 지혜를 우리 귓전에 알려주고 있다. 곧 아침은 하느님의 것이며 하느님께 속한다. 또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고 해가 떠오르는, 하루 가운데 가장 고귀한 시간이며 의덕의 태양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가장 고귀한 것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처럼, 하루 가운데 가장 고귀한 시간을 하느님께 봉헌해야 할 것이다. 닭은 ‘너는 가능한 한 하루의 일과를 하느님으로, 그리스도의 성제로, 성당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맑은 목소리로 울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닭 울음소리조차 듣기 힘든 시대이지만, 마치 누가 막기라도 하듯 주일에 겨우 성당에 나오는 사람이라면, 종각 위에 우뚝 선 저 닭이 ‘하느님의 아침’이라고 귓전에 울려주며 일깨워줄 것이다.
    아침을 주님께 바치는 그날,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기쁘며 그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지 경탄할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사연으로 하느님의 전당에 오든지 간에 높은 종각 위의 저 닭은 ‘하느님의 아침’에 속죄의 정신을 지니고 오라고 해맑은 소리로 우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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