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편지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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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이재경 [clausura] 200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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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장례미사때에는 평화의 인사를 했다. 장례미사때 평화의 인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보낸 슬픔에 젖어있는 유가족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평화의 인사를 그동안 하지 않았다. 십수년동안...그런데 어제는 정신을 어디다 두고 미사를 하는지 평화의 인사를 하고 말았다.
지난 주일 새벽미사때에는 창미사를 노래로 하지 않는데 또 정신이 산만해져서 창미사 선창을 했다. 난데없는 신부의 선창에 성가대, 해설자, 반주자, 신자들이 다 놀래고 따라하기는 했지만 많이 당황하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 회의를 하면서 아무래도 ’노인성 치매’가 온 것 같다고 했더니 마리아 수녀님은 ’Welcome to our club~~’ 하고 노래를 하신다. 아무튼 남 안되는 것은 다들 좋아하는 것 같다...수녀님까지...후후..
요즘은 머리에 성당 마무리하는 것으로만 가득차 있어서 미사 중에도 딴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다가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노인성 치매 걸릴 나이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역시 통계의 마술에 속은 것이다. 사람마다 개인차이가 있는데...
오늘 축일을 지내는 빈첸시오 드 폴 성인은 매순간 "예수님이 지금 이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행동하셨을까 ?"하고 자문하고 예수님께서 행하셨을 만한 행동을 즉시 실천했다고 한다. 늘 깨어있었기에 성인이 되실 수 있었는데...
노인성 치매가 이미 와버린 나는 성인이 되기는 벌써 글러 버린 것 같다.
성당 공사가 끝나면 증세가 조금 완화되기를 기대하면서...
외치는 이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