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편지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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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이재경 [clausura] 200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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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달랑 아들만 셋인데 모두 ’어둠의 자식’들이다. 다들 돈도 없고 빽도 없어서 육군 현역으로 삼년 혹은 이년반을 근무했다. 셋중에 하나 정도는 짧게 갔다 올수도 있는데...
맏이인 내가 논산 훈련소에 입대를 할 때 혼자서 알아서 갔다. 어머니는 집 문간에서 배웅해 주셨다. 둘째가 군에 갈 때에는 멀리 대구 50사단까지 따라가셨다. 그리고 아들이 부대 안으로 들어가자 굳게 닫힌 철문앞에서 열심히 박수를 치셨다. 우리아들 장하다고... 옆에 다른 엄마들, 애인들은 다 눈물을 적시는데도 박수를 치셨다...장하신 우리 어머니... 막내가 증평 37사단에 입대할 때에도 따라가셨다. 그리고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손꼽아 기다리셨다.
나는 군생활을 전라도 광주에서 했는데 면회 한 번 안오셨다. 아버지는 딱 한 번 면회오셨다. 둘째는 전경이 되어서 서울로 배치를 받았다. 면회를 가실 것도 없이 한달에 한번씩 꼬박 꼬박 외박이며 외출을 나왔다...징허게도 자주 나오드만... 막내는 의정부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수시로 면회가시고 먹을 것 싸들고 다니셨다. 이게 고만 가시라고 옆에서 이야기하고 ’제가 군생활 할때에는 한 번도 안오시더니..’하고 입을 비쭉거리면 ’너야 맏이고....’하셨다.
어머니께서 아들 셋을 사랑하는 것은 똑같으신데 그 방법은 많이 다르다. 맏이는 어련히 알아서 할까 싶어서 믿어주는 마음으로 사랑해 주시고 둘째는 둘째대로, 막내는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방법으로 사랑해 주신다.
막내가 왜 나는 큰형처럼 그렇게 사랑해 주시지 않느냐고 툴툴거리는 것은, 또
맏이가 왜 나는 막내처럼 사랑해 주시지 않느냐고 입을 삐죽거리는 것은 모두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하느님의 사랑도 어머니의 사랑하는 방식과 같은 것이 아닐까 ?
하느님은 나를 어떻게 사랑해 주시는가 ?
하느님의 사랑에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
외치는 이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