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편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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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이재경 [clausura] 200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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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4주일 강론중 일부)
간만에 이마트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기가 어려운데 아이들 선물코너에는 정말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성탄 분위기가 조금 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강아지 밥 때문에 갔었습니다. 밥이 떨어진지가 이삼일 된 것 같았는데 이마트가 하두 멀리 있어서(걸어서 오분)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겨우 가서 사료와 통조림 몇 개를 카트에 담고 나오는데 몇몇 사람이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 성당 신자분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성탄 준비를 하러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신자분들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신자분들은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는곳에서 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얼굴을 금방 찾아냅니다. 단체 사진을 찍으면 그작은 얼굴들 안에서 자기 아이의 얼굴을 금방 찾아냅니다. 아이 머리위에 모자를 씌운 것도 아니고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전구를 밝힌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잘 찾아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미사때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거나 다른 시간에 신자석을 쭉 둘러보면 신자 여러분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분은 매주 나오시는 분, 저분은 어디 단체장님, 저분은 염창동 사시는 분, 저분은 아들이 군대가신 분, 저분은 혼자 사시는 분.... 이렇게 보다가 눈에 딱 띄는 분이 ‘저분은 한 이년만에 나오셨네’ ‘저분은 처음 뵙는 분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인데도 한 사년있다 보니까 정이 든 것인지 그렇게 눈에 들어오고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아기 예수를 잉태한 성모님과 사촌인 엘리사벳이 나옵니다. 성모님은 엘리사벳을 방문했고 엘리사벳은 성모님을 보자 오늘날 우리가 기도를 하는 성모송을 노래합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엘리사벳은 성모님의 태중에 있는 아기 예수를 알아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그 눈은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복음에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차서 큰 소리로 외쳤다고 전합니다.
주님의 성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오시더라도 알아보는 눈이 없다면 우리는 성탄을 아무런 의미도 없이 지내게 될 것입니다. 기실 2천년전에 주님께서 오셨을 때에 주님을 알아 본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아기 예수님...
외치는 이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