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편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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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이재경 [clausura] 200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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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장마고 또 여름이다.
본당에 와서 다섯번째 장마를 맞이한다.
첫해부터 작년 여름까지 매년 여름마다 물 때문에 고생했다.
구성전과 임시성전 모두 스레트 지붕이라 비가 좀 왔다 싶으면
줄줄줄~~ 아침마다 양동이로 물을 받았다.
수녀님, 일찍 온 신자들이 많은 고생을 하셨다.
하두 비때문에 마음 고생을 해서인지
올해에도 어김없이 비만 오면 혹시 비새는 곳은 없는지 성당을 둘러본다.
어디에 빗물이 고여있으면, 벽을 타고 흐르면, 누수가 되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데 어제 비가 올 때 성당 지하에 갔더니 익숙하던 양동이와 큰 대야가 있었다.
교리실 천정에서 물이 샌다는 것이다.
이런~~
가서 자세히 보니까 천정에서 새기는 하는데
비때문은 아니고 에어컨에서 물이 새는 것이다.
아마도 에어컨을 오래 틀어서 그런 것 같은데....그래도 물이 새면 안되는데...
나중에 관리장님께 알아보았더니
에어컨 설치가 조금 잘못되었다고 한다.
오후 내내 뚝딱거리며 관리장님이 물새는 것을 잡고 해서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비나 물이나 한 번 새기 시작하면 여간해서 잡기가 어렵다.
조금이라도 빈틈만 있으면 한동안은 안새다가 시간이 지나면 기어코 그 빈틈을 비집고 흘러든다.
어느 성당의 지붕이 콘크리트 슬라브인데
매년 비가 새고 매년 방수 공사를 대대적으로 하는데
그래도 성당으로 떨어지는 물을 잡을 수가 없었다.
최근에 그 성당을 헐고 다시 신축 공사를 했는데
옥상을 철거할 때 그 두께에 다들 놀랐다고 한다.
그렇게 두껍게 만들었는데도 매년 비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비집고 들어와서 건물을 망가트리는 물이
마치 우리 신앙생활에 비집고 들어오는 유혹들과 비슷하지 싶다...
아무리 덧칠을 하고 해도 그 물을 잡아낼 수가 없다.
처음부터 단단하게 탄탄하게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말이다.
우리 신앙생활에 유혹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눈으로 금방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신경을 안쓰면 건물을 망가뜨리는 것처럼 우리의 삶 전체를 뒤 흔들수 있는 것이다.
외치는 이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