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편지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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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이재경 [clausura] 200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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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주일학교 초등부 저학년 아이들이
가까운 여의도의 수영장으로 떠났다.
어제는 성당에서 물놀이와 교리를 하더니
오늘은 진짜 물놀이를 하러 보좌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교사들과 함께
떠났다.
이제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나보다.
본당의 여름은
이렇게 청소년들 캠프와 여름 성경학교로 시작하고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여름도 다 가게 된다.
예전에 보좌신부로 있을 때에는
하두 캠프를 많이 가다보니까
사제관에서 잠자는 날이 삼분의 일도 안된 적이 많았다.
아이들과 놀러 다니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는 본당을 지키는 것이 내 일이 되었다.
무더위와 싸우며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서 보내는 보좌신부님도 큰 일이지만
아무데도 안가고 성당을 지키며
더위를 이겨내는 것도 일은 일이다.
신자들 다들 피서다 휴가다 해서
성당이 바캉스지만(Vacances(프) = Vacans(라) = 비다, 비우다 )
다들 좋은 시간 보내리라 생각하고, 나도 나중에 휴가 간다~~ 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컬러링' 서비스를 알게 되어서
나도 휴가 갈꺼다~~를 알리기 위해 눈에 띄는 노래를 컬러링으로 다운받았다.
며칠 뒤에 지인이
"신부님 휴대폰 소리 좋던데요..."
"괜찮지요 ?"
"그런데 가사가 조금 그렇던데요...?"
"무슨...."
"괜히 엉뚱한 생각하는 사람이 생길수도 있겠어요..."
"무슨..."
듣고 싶으신 분은 제 휴대폰으로 전화하시기 보다
아무튼 그 푸른 바다에 풍덩 몸 담그고
백사장에 파라솔 아래에 두 다리 쭈욱 펴고
바닷바람 맞으며
옆에 낚시대 하나 꽂아 놓고
잠 자다 책 보다 하는
그런 아무것도 안하는 휴가를 갔으면 좋겠다...
다들 신나는 휴가 보내시고
무더위 잘 이겨내시기를....
외치는 이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