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의 엄마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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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정중규 [mugeoul] 200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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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신학자 아브라함 헤셀의 잠언집 ’어둠 속 갇힌 불꽃’에
"하느님이 불쌍하여 기도 드린다"라는 말이 있다.
진실이다.
때로 엄청난 악의 부조리한 현상에 직면할 때,
하느님을 비난하고 원망하기 보단,
오히려 연민의 정이 솟아,
이 "어쩔 수 없는 하느님"에게,
아니 그분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아니 그것은 기도라기보단
차라리 그분을 함께 껴안는 듯한 그 무슨 마음짓이다.
그건 크나큰 죄를 깨닫게 되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마치 사랑하는 이의 가슴을 자신의 잘못으로 크게 아프게 한 것처럼!
이럴 때 연민의 마음에서 나오는 동정과 사랑과 자책과 회개는 모두 동일하다.
흔히 초성적(超性的) 통회라 일컫는
신앙인의 "끝없는 회개"란 것도 그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는"
그 마음과 행위의 근본적인 원천이 된다.
그러기에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려면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즉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그 마음으로
그분의 뜻 그 불씨를 받아 모셔야 한다.
인간에 의해 천대와 구박을 받고
악마의 독기에 의해 꺼질 듯 가물거리는
불쌍한 하느님의 생명 그 불씨를
자기 몸으로 감싸안아 다독거려 주는
어머니와 같은 사랑의 심정만이
이 땅에 하느님나라를 꽃피우게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엄마가 되라.
그분이 우리에게 엄마가 되시듯
그렇게 서로 모성애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라.
모든 것은 그때 참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