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 [옮김]노승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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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 정순옥 [mqwert] 200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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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老僧)의 거울
산중의 작은 암자에서 홀로 수행하고 있는 노스님이 계셨다.
스님의 방안에는 불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전도 한 권 없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또 다른 스님이 하룻밤 묵게 되어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차를 마시게 되었다.
스님의 방을 둘러본 그 젊은 스님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스님! 스님께서는 왜 불상을 모시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노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불상을 모시지 않을 리가 있나!"
그 말에 객승은 다시 한번 텅 빈 방안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불상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불상은 없는데요?
아무 말 없이 미소짓고 있던 노스님은 커튼을 가리켰다.
"저 커튼 뒤에 있네."
이 말을 들은 객승은 벌떡 일어나 커튼을 확 제쳤다.
거기에는 맑고 깨끗한 거울 하나가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