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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홍) 2024년 11월 22일 (금)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일분교리 일분묵상
주님 따르기

49 하계동성당 [hagye] 2007-06-30

 

주님 따르기 

 

   신앙생활도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여름이 되면 몸이 지치기 마련이고 자칫 영적인 생활도 느슨해질 수 있는데, 오늘 복음을 들으면 정신이 번쩍 들고 해이해진 마음을 다시 추스르게 됩니다.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루카 9,51). ‘올라가신다’는 것은 승천을 의미하지만, 십자가에 높이 매달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인류의 구원이라고 하는 당신의 사명만을 생각하며 예수살렘을 향해 길을 떠나십니다. 새 번역 성경에서는 ‘마음을 굳히셨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원문은 ‘자신의 얼굴을 그 방향으로 고정하셨다’고 되어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일들을 예감하고 길을 떠나는 예수님의 결연한 자세와 비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마리아의 한 마을 사람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자, 제자들이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루카 9,54) 하고 여쭙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운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루카 복음에서 사람들의 배척은 예수님의 운명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이기도 합니다(루카 9,51-56).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며 공생활을 시작하셨을 때부터 예수님은 고향사람들로부터 배척받았고(루카 4,16-30), 예루살렘을 향한 여행의 마지막 시점에서 예루살렘 시민들로부터 배척을 받게 될 것입니다(루카 19,28-40).

 

   주님의 운명이 그러하듯, 주님 따르기는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닙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루카 9,58). 예수님은 편히 쉴 곳조차 없이 동물들보다도 못한 처지로 살아갑니다. 심지어 친척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마르 3,21).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일뿐입니다. 아버지의 장사를 먼저 지내고 당신을 따르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생명의 주님이심을 분명히 하시며, “죽은 이들과 산 이들의 주님”(로마 14,9)이신 예수님은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하라고 단호히 대답하십니다. 이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은 하느님의 나라를 알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루카 9,60).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주님을 따르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예수님은 구약의 엘리야 예언자보다도 훨씬 더 엄하게 요구하십니다. 엘리야는 쟁기질을 하던 엘리사가 부모와 작별인사를 하도록 허락했지만, 주님은 “쟁기를 손에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고 잘라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얼굴을 예루살렘으로 고정하시고(루카 9,51)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시는 주님을 따르는 일은 한가한 소풍길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리스도는 숭배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가 참으로 원하는 사람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 김영국 요셉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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