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는 생활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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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하계동성당 [hagye] 200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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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는 생활의 증거
어머니는 초저녁잠이 많으시고 아침잠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시어 아침기도와 묵주기도를 하시곤 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싫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저의 아침잠을 깨우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견디다 못해 하루는 어머니께 아침기도를 다른 시간에 하시면 안 되는지 불평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제 불평에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자신의 할 일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성당에 나가서 교리를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신자가 되어, 지금은 수도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약 30여 년 전 주님의 품으로 떠나신 어머니를 떠올려 보면 어머니는 자신의 생활로써 저를 전교하신 것입니다. 어머니의 전교 방법은 다름 아닌 생활이었습니다. 그 생활 안에는 어머니의 따뜻하고 훈훈한 사랑,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28,16-20)에서 제자들은 갈릴래아를 떠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산으로 가서 예수님을 뵙고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는 지상명령을 받습니다. 복음을 온 세상에 알리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노력하는 교회’(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1항)는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에페 4,24)는 내용과 “하느님과 화해해야 된다”(2코린 5,20)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고 회칙, ‘현대의 복음 선교’는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실 때 사람들을 인품으로 대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병환자를 고치시고 백인대장의 종을 살리시는 모습에서, 중풍병자를 고치시는 모습에서, 세리들과 음식을 함께 하시는 자리에서,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시고 눈먼 두 사람을 고치시는 모습에서, 그리고 간음하다가 발각된 여인을 대하시는 모습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인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말보다는 몸으로 보여 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체험을 나누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믿는다는 것은 그 말이 진실이며 논리적이라는 것일 뿐 꼭 그 말을 믿는다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이 진실이지만 무엇보다도 말하는 사람이 진실해야 합니다. 복음이 널리 전파되는 것은 복음의 내용만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사람의 됨됨이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종교건 간에 사람의 됨됨이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 종교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됨은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사람의 됨됨이는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생활에 걸쳐 쌓여진 것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수도자가 되기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복음보다는 복음의 내용으로 살고 있는지 우리를 바라봅니다.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보다는 예수님처럼 살고 있는지 우리를 바라봅니다. 오늘 우리는 복음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바라봅시다.
● 정원순 토마스 데 아퀴노 수사 신부·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