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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지침
2009년도 사목교서 (교구)

7 성산2동성당 [songsan2] 2008-12-19

 

2009년 사목교서

“신앙의 터전인 가정”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사랑하는 여러분께 좋으신 하느님의 축복이 늘 풍성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또한 이 땅의 모든 가정에 기쁨과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축복이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서울대교구는 “가정은 생명의 터전” 이라는 사목목표로 많은 사제들과 수도자, 신자들의 헌신적인 노고 덕분에 풍요로운 사목적 결실을 맺을 수 있었고 이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물질만능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고귀한 인간생명마저도 이기적이고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하려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높은 이혼률과 가정파괴 현상, 생명을 경시하는 낙태의 만연과 점점 높아지는 자살률, 노인과 청소년 문제 등 외면할 수 없는 커다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더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가정이 아름다운 생명의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사회 공동체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정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가치들에서 영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2008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2009년은 “신앙의 터전인 가정”을 사목목표로 설정합니다. 신앙이 가정안에서 건강하게 자라나고 완성되어 세상 모든 이에게 빛과 소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구체적인 신앙의 모범을 우리나라 교회의 씨앗이 되어주신 순교자들의 삶을 통하여 재발견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게 자생적으로 하느님의 복음을 받아들인 나라입니다. 또한 수많은 순교성인들의 희생과 신앙을 통하여 우리 한국교회는 놀라운 발전을 일궈냈습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의 순교성인들께서 시성되신지 25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지난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100만여명의 신자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한국의 순교 복자 103위에 대한 시성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이날은 고난과 민족 분단의 상처 속에서 맞이하게 된 한국교회 역사상 최대의 경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성 25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우리는 103위 성인의 후손으로서 올바른 신앙의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순교자들이 자신의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 놓았던 믿음과 용기 그리고 희생과 기도의 삶이 우리 신앙인들 안에서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묵상해야 합니다. 순교는 자신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들을 믿음과 기도와 용기로 극복해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 삶의 터전인 가정 안에서 이러한 순교자들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나자렛 성가정을 그리스도인 가정의 모범으로 삼고 있습니다. 성가정은 신앙을 충실히 증거하는 순교적 삶의 모범입니다. 목숨을 버리고 피를 흘리는 순교뿐만 아니라 신앙을 위해 서로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 역시 훌륭한 순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순교는 ‘우리의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 입니다.(마르코 12,31.)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이웃은 바로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순교의 정신에 동참하는 길입니다. 서로의 다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어주며 기도를 통해 서로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함께 나눠지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가정의 모습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우리 교구에서는 가정의 중심인 부부들이 서로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성장시키는 일에 사목적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부부가 바로 서면 가정이 바로 서고, 가정이 바로 서면 교회와 나라가 바로 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연히 서로 모여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2008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라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의 도움으로 ‘가정 같은 교회’ , ‘교회 같은 가정’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 을 교구민 모두와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주님의 크신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을 전합니다.

 

 

 

2008년 11월 30일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장 추기경 정 진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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