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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을 만난 이야기

8046 김윤홍 [clemenskim] 2018-03-05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을 만난 이야기

 

 

얼마 전 나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을 만나러 갔다. 

실은 내 아내의 권유였다.

 

어느 날 난데없이 아내가

"당신 그녀를 사랑하잖아요. 인생은 짧아요,

당신은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해요."

"근데 여보, 난 당신을 사랑해." 내가 응수하자 "알아요, 하지만 당신은 그녀도 사랑하잖아요." 내 아내가 만나라고 한 다른 여자는 실은 내 어머니였다. 미망인이 되신지 벌써 몇 년.

일과 애들 핑계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그날 밤, 어머니께 전화로 영화도 보고 저녁식사도 하자고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냐? 혹시 나쁜 일은 아니지?" 어머니 세대는 저녁 7시가 지나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나쁜 소식일 거라고 믿는 세대이다.

 "그냥 엄마랑 둘이 저녁 먹고 영화도 보고 싶어서요. 괜찮겠어요?' 잠시 후 어머니가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그러자꾸나" 다음날 퇴근 후 차를 몰고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금요일 밤, 나는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기분에 휩싸였다. 첫데이트를 하기 전에 갖게 되는 가슴 두근거림이라고나 할까. 도착해 보니 어머니도 다소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집앞에서 기다리셨는데, 근사한 옛 코트를 입고 머리도 다듬으셨다.

코트 안의 옷은 아버지 생전, 마지막 결혼기념일에 입으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활짝 피어났다. 차에 오르며 하신 말씀. "친구들에게 오늘 밤에 아들과 데이트하러 간다고 했더니 모두들 자기들 일인양 들떠있지 뭐냐" 식당은 최고 멋진 곳은 아니지만 종업원들은 기대 이상으로 친절했다. 어

머니가 내 팔을 끼었다. 대통령 영부인이라도 되신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 어머니가 메뉴를 읽어 달라고 하셨다.

"내 눈이 옛날 같지가 않구나"

 

메뉴를 읽는데 어머니는 향수에 젖은 미소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계셨다. "네가 어렸을 때는 내가 너한테 메뉴를 읽어 줬는데~" "오늘은 내가 읽어드릴게 엄마." 그날 밤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에 또 오자꾸나. 단 다음 번은 내가 낸다는 조건이야."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헤어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 볼에 키스하며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씀드렸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데이트가 어땠는지 물었다. "멋진 저녁이었어. 그런 제안을 해줘서 고마워." 나는 아내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어." 며칠 후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너무 순식간이었고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얼마 후,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식당에서 편지가 왔다. 엄마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 내용은.

"아무래도 다음 번 데이트 약속은 지킬 수 없을 것 같구나.

그러니 이번엔 너의 부부가 "너와 내가 했던 것"처럼 함께 즐겼으면 한다. 너희 식사 비용은 내가 미리 다 지불했다.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했던 그날 밤의 시간들이 내게 얼마나 뜻깊은 일이었는지 네가 꼭 알아주면 좋겠다! 사랑한다! - 엄마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함께 할 것인지 모르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약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다면 - 어머니에게 감사하라. 만약 안계시다면 - 어머니를 기억하시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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