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동 성 요한 : 사순 묵상] 저의 주님, 저희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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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5 최성기 [henchoi]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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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은 서품 상본을 만들 때, 자신이 좋아하는 성구를 뽑습니다. 저는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신명 6,4)”를 서품 성구로 삼았습니다.
사제 서품 몇 달 전인가, 유대인 학살과 아우슈비츠의 체험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이 책 저 책 읽었습니다. 엘리 위젤도 읽고, 빅터 프랭클도 읽었습니다. 독서를 하며 눈에 띤 것이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자들중에 일부가 매일 바쳤다는 아침 기도였습니다. 절망 속에서 셔마의 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제 서품 성구는 이 셔마 기도의 시작 부분입니다.
극도의 불안과 아픔 속에서 하느님을 찾던 사람들, 그러면서도 어떤 경우에든 하느님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기도문입니다.
우리가 이해 못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내 기도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의심이 가득한 상태로 살아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놓지 않습니다.
저는 기도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것, 하느님과 내 삶을 함께 엮어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 삶은 압도해 오는 시련,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하느님이 이루시는 구원과 생명의 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의 공포 앞에서 에스테르는 기도합니다. “저의 주님, 저희의 임금님, 당신은 유일한 분이십니다. 외로운 저를 도와 주소서. 당신 말고는 도와 줄 이가 없는데, 이 몸은 위험에 닥쳐 있습니다(에스테르 4,17). 마태오 복음에서도 이렇게 권고합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이런 하느님께 대한 든든한 신뢰를 바탕으로 오늘 복음의 마태오의 권고를 우리 가슴 속에 더 깊이 새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시련을 함께 극복해 내려는 우리의 기도가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웃에게 퍼져나가기를 기도합니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는 여정에 우리가 가진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실천으로 빛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코로나 극복을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하느님께 청하는 기도를 함께 바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