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동 성 요한 성당: 사순 묵상] 신앙인, 의로운 길을 걷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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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 최성기 [henchoi]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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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1. 10, 16-20
소돔의 지도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고모라의 백성들아, 우리 하느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내 눈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치워 버려라.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너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 너희가 기꺼이 순종하면 이 땅의 좋은 소출을 먹게 되리라. 그러나 너희가 마다하고 거스르면 칼날에 먹히리라.” 주님 친히 말씀하셨다.
마태오 23. 1-12
그 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을 따라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는 스승이라 불리기를 좋아한ㄷ.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 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 아버지는 오직 한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1. 놀랍게도 이사야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과 그 지도자들을 고모라의 백성, 소돔의 지도자들이라 부른다(이사 1,10). 더 이상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소돔과 고모라에 만연했던 불의와 죄가 이스라엘 안에 가득 찼다 말한다. 겉으로는 희생 제물도 바치고, 분향 제물도 바쳐서 하느님을 기쁘게 한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바치는 희생 제물이 싫고, 분향 연기가 역겹다고 하신다. 팔을 벌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하더라도 들어 주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한다(이사 1,11-15절 참조). 하느님 백성으로 돌아오는 길, 불의와 죄를 벗어나는 길, 그곳으로부터 탈출하는 길은 희생제를 더 가열차게 드리거나 기도를 더 많이 하거나 하는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사는 세상에서 악한 행실을 치워버리고 선행을 하는 것, 공정을 추구하고 가장 약하고, 아픈 이들,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데 있다고 이야기 한다(이사 1,16-17). 바로 이럴 때, 구원의 희망이 솟아난다고 말한다.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
2. 복음(마태 23,1-12)도 같은 주제를 다룬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가르치는 듯이 보이지만, 바리사이들은 힘겹고 무거운 짐을 묶어 다른 이들이 어깨에 얹어 놓고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으며 그들이 하는 일은 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지 못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지 못한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꾸짖음이다.
3.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모습을 가장 좋지 않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이들이 소위 신앙인들에게 가장 실망할 때, 종교 지도자들에게 가장 실망할 때는 언제일까 그들 안에 있는 위선을 발견할 때이다. 말과 행동이 함께 가지 못할 때이다.
4. 진정성을 가지고 신앙 생활을 한다는 것 어떤 모습일까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하느님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년이 걸렸습니다.” 추기경의 진솔한 고백이다. 우리가 하는 신앙 생활, 우리가 배운 하느님의 사랑이 머리 속에만 머물지 않게 우리 몸에 익숙해지고, 실천으로 옮겨지는 여정에 우리 평생의 삶을 투신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을까 시시때때 다가오는 위선의 유혹을 물리치며,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겸손한 신앙인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