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동 성 요한 성당] 사순 제 4 주일-주님, 볼수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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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6 최성기 [henchoi]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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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사순 제 4 주간을 맞이 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의 동반자가 되어 버린 지금, 삶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성당에도 제대로 오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게 되고,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혹시' 하며 마음을 졸이는 나날입니다. 어떤 이들은 '광야'에 던져진 느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놓지 않은 이스라엘 백성을 빚대어 쓴 용어입니다. 우리가 보내는 이 위기의 시기가 이스라엘 백성이 그랬던 것처럼 새롭게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는 변모의 시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사순절다운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잊지 못할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번주 복음은 요한 복음 9장 1절~41절 입니다. 여러분의 묵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묵상거리
1. 사순 시기를 맞이하면서, 특별히 올해는 요한 복음서에서 중요한 이야기들을 연달아 듣게 된다. 1) 지난 주에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이란 예수님 안에서 생명의 물을 찾는, 목마름을 채우고, 생명을 꽃피우는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2)이번 주에는 태생 소경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이란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을 통해서 자신의 어둠을 버리고 빛을 바라보는 사람임을, 3) 다음 주에는 나자로의 부활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이 죽음 뛰어넘어 일어서는 희망의 사람임을 이야기한다.
2.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바르톨로매오의 기도가 생각난다. 눈먼 이의 외침. * 사실 우리에게도 이런 자세, 자신이 보지 못함을 고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쓰는 일상적인 용어에 돈에 눈멀다. 사랑에 눈멀다. 욕심에 눈멀다. 화가 나서 보이는게 없다. 우리 스스로 눈을 뜨고 있으면서 보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 오늘 제 1 독서에서 사무엘, 기골이 장대한 첫째 아들에 눈이 가지만 하느님께서 보시는 것은 다르다고,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것을 맡겨드려야 함을 이야기.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도록. * 태생 소경이야기에서 극명하게 비교되는 두 부류의 사람. 바로 자신이 보지 못한다는 것을 고백했던 소경은 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이 세상을 그 누구보다 잘 보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바리사이들은 보지 못한다. 그리스도 인 역시 태생 소경처럼, 자신이 보지 못함을 고백하고, 자신이 어둠 속에 있음을 고백하고 그분께서 빛을 주시도록 청하는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
3. ‘침과 흙을 바르시고, 실로암 연못으로 가서 씻으라’ 하신 모습.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한다. 침은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으로 신적인 것이고, 흙은 인간적인 것, 인간이 진흙에서 만들어짐. 그렇게 볼 때, 이렇게 빚어진 연고, 갠 진흙을 눈에 붙는다. 하느님과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눈에 댄다. 그분이 주시는 치유, 구원을 눈에 댄다는 의미를 지닌다. 육화 하신 예수님을 눈에 바른다. 그리고 실로암 “그 뜻이 파견된 이” 곧 성서에서 종종 예수님을 지칭할 때 쓰는 호칭의 샘에서 씻어낸다. 예수님의 세례를 의미한다고. 바로 세례 때 다시 태어난 사람의 모습을 그려 준다고. 태생 소경을 세례의 새로남을 통해서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비로서 사람들이 너는 누구냐하고 물을 때,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나는 나다. 에고 에이미라는 말을 사용하여 자신을 소개한다. 온전한 사람으로 하느님 앞에 서있음을 그리고 세상 안에서 또 다른 그리스도로서 서 있음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생명의 물로서, 세상의 빛으로서, 세상의 길로서, 세상의 진리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태생 소경이 마을 사람들에게, 그의 동료들에게, 바리사이들에게 증언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신앙이 걸어야 할 길임을 이야기.
4. ‘그가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누군가의 죄, 잘못, 자신의 죄,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부족함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 요한 복음 사가의 생각이다. 우리의 모든 부족함이 우리의 잘못, 죄, 단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오히려 하느님의 일이 나에게 드러나게 되는,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일이 될 수 있다. 태생 소경은 고백한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그의 부족함이 오히려 그를 더 잘 보게 하고 뚜렷한 시야를 갖게 한다. 예수님의 사랑을 알아보게 한다. 사실 우리의 어두움, 부족함을 하느님을 볼 줄 알게 하고, 이웃을 볼 줄 알게 하고, 우리 자신을 볼 줄 알게 하는 계기가 됨을 기억하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시야를 주시도록 함께 기도하면서 살기.
우리가 하느님의 빛으로 이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도록, 우리가 만나는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의 영적인 어두움이 치유되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이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