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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념 1월 31일 연중 제 4 주일/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11521 이상익 [sangik0330] 2021-01-31

 

게시글 본문내용

 

지금은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지만 어릴 때 ‘국민 교육 헌장’을 외워야 했습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의미를 잘 모르고 외웠지만 ‘조상의 빛난 얼’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우리가 조상의 빛난 얼을 물려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후손에게 조상의 빛난 얼을 되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 원주민 중에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100년 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 말, 생각이 100년 후의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한다면 우리는 환경을 보존하고, 서로 연대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 줄 것입니다.

 

교회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교회는 우리가 물려받은 전통과 역사이기도 하지만 교회는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치와 전통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교회는 비어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성직자들의 추문은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에 대한 실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제의 성소가 감소하고 있으며, 문을 닫아야 하는 교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카페로 변한 교회가 있습니다. 순교자들의 피위에 세워진 한국교회도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주일 미사 참례자의 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교우들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사제성소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목의 패러다임도 변화를 요구 받고 있습니다. 교회의 역사에서 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습니다. 박해의 시기가 있었고, 이단으로 분열되기도 했고, 종교개혁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후손들에게 복음의 기쁨을 전해주기 위해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복음이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복음으로 변화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기념하는 것들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속담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난다.’라고 합니다. 나와 내 가족이 기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면 좋겠습니다. 내 주변에 나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들의 책상에 무엇이 있는지 보면 좋겠습니다. 물질과 자본의 커다란 힘이 어느덧 내가 기념하는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성공이라는 기차에 올라타지 못하면 걱정하고, 야단치지만 희생이라는 기차에 타지 않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요? 친교와 나눔에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기도와 자선에는 시간내가기 어려운가요? 정치현안은 평론가 수준이면서, 경제현안은 꼼꼼히 살펴보면서 교회의 가르침과 교회의 신문을 배우고 읽는 데는 인색하지 않은지요? 잠시 스치듯 머무는 이 세상의 것들에는 지나친 열정과 관심을 보이면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의 식탁에는 머물지 않는 것은 아닌지요?

 

이냐시오 성인은 영신수련 23항 ‘원리와 기초’에서 우리가 기념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원리와 기초’입니다. 원리와 기초는 4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사람이 태어난 목적입니다. ‘사람은 하느님을 믿고 알아서 구원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말을 합니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듯이, 종은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듯이, 사람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둘째는 세상의 재물입니다. ‘이 재물은 모두 하느님께서 만드셨고 사람들은 이 재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유익하면 쓸 것이고,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유익하지 않으면 버릴 것이다.’라고 말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재물은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사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남을 해치기 위해서, 양심을 속이면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셋째는 삶의 기준입니다. ‘이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고, 장수보다 단명함을 택할 수도 있다.’라고 말을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도 이 부분에서는 자신 없어 합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모든 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라고 말을 합니다. 자는 것도, 사는 것도, 먹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와 같은 단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피정을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신앙인의 길입니다.

 

오늘의 성서말씀도 바로 이런 원리와 기초의 삶을 말하고 있습니다.

혼인을 한 사람도, 혼인을 하지 않은 사람도 삶의 중심에는 ‘하느님의 영광’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혼자 사는 것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면 내세울 것도 아닙니다. 혼인 생활을 해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면 아름다운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비행기로 가는 길, 기차로 가는 길, 자동차로 가는 길, 걸어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어떤 길로 가든지, 중요한 것은 부산이라는 목적지입니다. 비행기로 가도 목적지가 다르면 소용이 없습니다. 걸어간다 하더라도 목적지가 같으면 언젠가는 도착하게 돼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권위 있는 가르침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원리와 기초’를 중심으로 한 가르침입니다. 환자를 치유하는 것도, 기적을 행하는 것도, 악령을 내쫓는 것도 모두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짓 예언자는 자신의 권위와 자신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말을 합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 출처 :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오늘의 복음 묵상) ▶ 글쓴이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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