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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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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169 아현동성당 [ahyon] 2022-08-11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루카 1,4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하늘로 불러올리셔서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또한 분단국인 우리나라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 통일을 이루어 온 겨레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성경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초대 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전승이며 1950년 비오 12세 교황은 성모 승천의 신비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실하게 산 모든 사람이 누리게 될 구원의 영광을 미리 보여 주는 ‘위로와 희망의 표지’가 됩니다. 성모 마리아는 온 생애 동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속 깊이 새기며 실천한 참된 신앙인의 모범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위대한 신앙고백으로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협력자가 되셨습니다. 교회가 성모 마리아께 ‘교회의 어머니, 신앙의 어머니’로 특별한 존경을 드리는 것은 무엇보다 그분의 크신 신앙으로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우리 모든 신앙인에게도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인 오늘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로부터 자유와 해방을 되찾은 광복절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방 후 6.25전쟁으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가난과 고통의 시절을 지내면서도 그 세대 모든 분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세계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빠른 발전은 많은 장점도 있었지만 동시에 사회의 부작용도 함께 겪어야 했습니다. 좋은 전통적인 관습은 점차 사라지고 극심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하며 생명경시 풍조 팽배와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디지털 환경의 발전으로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 전 세계 수많은 나라 사람들이 서로 간에 예전에는 생각도 못 한 지대한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국가 간에 전쟁이 계속되어 하나의 지구촌이 된 세계 공동체가 함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양국 국민들에게는 물론이려니와, 전 세계의 경제와 생활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전쟁은 이유를 불문하고 가장 큰 악행으로 평화를 깨뜨리고 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죄악과 폭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또한 두 해가 넘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현상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지속적인 고통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교회는 성모님을 모범 삼아, 험하고 힘든 세상에 사랑의 다리를 놓아야 하며, 교회 자신이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교황님’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가‘폰티펙스’(Pontifex)인데, 이 표현은 ‘다리’(Pons)와 ‘만들다’(facere)라는 단어의 합성어로서 그 어원이 ‘다리를 놓는 사람’이란 뜻을 지니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으며 세 가지 점을 함께 새기고 싶습니다.

첫째, 교회는 지루한 팬데믹 현상으로 느슨해진 신자들의 믿음의 삶에, 하느님께로 다가가는 신앙의 다리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성모님은 이 순간에도 한 사람이라도 하느님의 나라로 인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님께 전구하고 계십니다. 교회는 초심으로 돌아가 초대교회에서 그 방법과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초대교회가 복음을 살며 사람들에게 복음을 증거했는지를 잘 묵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둘째,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실제적인 나눔과 도움을 주고받도록 하는 사랑의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공동선을 지향하는 국가와 각종 단체, 개인들을 도와, 나눔이 필요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연결시키는 사랑과 나눔의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를 연결시키고 만나게 할 때, 더욱 깊은 상호 이해와 통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과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랑의 나눔은 모든 인간이 하나로 일치하는 인류 가족이 되길 바라셨던 예수님의 뜻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고통을 당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죄악과 증오와 폭력으로 물들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빛나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사랑의 나눔입니다. 

셋째, 교회는 사회의 갈라진 마음을 치유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통합의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의 구성원은 각자 정치적 견해가 다르고, 사회적 지위가 다르다 하더라도, 서로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존중은 연대성의 가치를 깊이 알게 해서,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이며, 동시에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의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함께 존중하고 공존해야 하며,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고, 서로 도움이 필요한 우리 모두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겸손함을 지닐 때, 나와 다른 상대방을 더욱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와 신자들 모두 험하고 고통스러운 이 세상에 ‘신앙의 다리, 사랑의 다리, 통합의 다리’가 되어 세계와 국가,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와 어려움들을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도우심으로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게 기도합시다. 성모님께서 우리를 진리와 지혜의 길로 인도하시며 도와주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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