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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0월 5일 (토)연중 제26주간 토요일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성지순례 후기 나눔터
[순례후기]팔레스티나 성지 순례(2006. 6. 18.)-02일차

16 가톨릭교리신학원 [cci] 2006-10-24

 

이틀 : 6월 18일

카이로(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성가정성당, 모세기념회당, 국립카이로박물관)


대단한 열기다, 이집트의 태양. 그 강렬함에 압도당한다. 그런데도 태양 아래 온전히 나서고 싶었다. 적나라한 태양 아래 서 있는 기자의 피라미드들. 기원전 2700년 경에 만들어졌으니 거의 오천 년을 지키고 선 건축물이다. 그 가운데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다. 아래로 아래로 좁고 냄새 음습한 계단을 내려가 왕의 관이 놓였던 곳을 보자니 불멸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처연해진다. 엄청난 수고의 결과로 빚어놓은 피라미드들과 카프레 왕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


황금빛 태양 아래 눈에 와락 뜨이는 붉은 꽃을 매단 나무가 있었다. 루카 복음의 ‘되찾은 아들’이 배고픔을 달래려 먹었던 열매, 바로 쥐엄나무였다. 이집트에도 요르단에도 이스라엘에도 쥐엄나무는 그 붉은 꽃을 줄곧 피우고 있었다.

 

 

스핑크스에서 바라본 쿠푸 왕의 피라미드

(커다란 나무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는 벤자민이다)


처음에는 유난히 못 사는 지역을 지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철근을 그대로 노출시킨 채 서 있는 잿빛 집들. 이집트는 아직도 대가족이 살아서 식구가 생기고 돈이 생길 때마다 한 층씩을 올린다. 마른 흙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쓴 채 서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들을 오랫동안 지나자니 가슴이 먹먹해온다. 이집트의 영화는 어디로 갔는가. 위대한 파라오들의 자취는 낡은 유물로만 부서지고 있을 뿐인가. 육류를 보충하기 위해 비둘기를 키우느라 옥상에 만들어 놓은 집비둘기 집들이 더욱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순한 양 같은 검은 눈동자, 곳곳에서 아이들이 조잡한 기념품을 들고 원달라를 외치고 있다.


헤로데의 학살을 피하여 이집트에 온 예수님 가족이 들렀다는 곳에 세워진 ‘아기 예수님 피난 성당’에 들어선다. 물론 콥트 교회다. 예수님 시대의 전례와 이집트의 언어가 녹아 있는 2000년의 콥틱. 검은 얼굴의 사람들이 믿는 교회. 본당 안에는 세 개의 성소, 즉 지성소와 유아 세례처와 순교 성인들을 위한 기도처가 있고,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열두 개의 기둥이 서 있었다. 그 가운데 이콘도 십자 표시도 없는 기둥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이스카리옷 유다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다시 뜨거운 햇살 속에 나서 오래된 모스크들에 둘러싸인 ‘모세 기념 회당’을 찾아간다. 모세가 이집트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 기도를 올린 곳으로 4백 년경에는 성당이었다가 유다인들이 회당으로 개조하여 사용하였다. 현재의 건물은 천백 년경에 재건된 것으로 종교적으로는 사용되지 않고 기념물로만 보존하고 있다.


나일강변의 콥트교회에 갔다가 그냥 나온다. 나뭇그늘 아래 서니 시원한 바람이 잠시 스치지만 자꾸만 어지럽다. 아무래도 햇빛 속에 너무 전투적으로 나섰던 것 같다. 국립카이로박물관에 갔는데 쉬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1층 전시실 한 켠 의자에 앉아 오래된 이집트 유물들과 만나지 못하는 마음을 애써 달래고 있었다.


호텔에서 미사를 하고 하루의 여장을 푼다.


잠시 파란 물빛이 환한 수영장에 나갔다가 결혼식의 피로연 같은 잔치를 보았다. 하룻동안 보았던 카이로의 을씨년스러움과 대비되는 부유한 사람들의 파티. 아직도 유랑의 맛이 남아있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오늘의 순례는 이 순간의 풍요와 분주함과 가벼운 속도 가운데서 의미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임을 생각한다. 매일의 크로노스 가운데 상존하는 은총의 카이로스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오늘의 순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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