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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0월 5일 (토)연중 제26주간 토요일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성지순례 후기 나눔터
[순례후기]팔레스티나 성지 순례(2006. 6. 20.)-04일차

18 가톨릭교리신학원 [cci] 2006-10-24

나흘 : 6월 20일

-시나이(시나이 산 등정, 카타리나수녀원)→파란광야→이스라엘(타바로 입국)→요르단→페트라


밤중에 일어나 시나이를 향한다. 새벽 두 시. 팽팽한 긴장이 느껴진다. 그것은 거룩한 긴장인 동시에 실제적인 것이기도 했다. 많이들 낙타를 타고 오르지만, 우리 일행은 아무도 낙타를 타지 않는다. 칠흑. 그리고 별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빙빙 돌아 금세 쓰러질 것 같다. 그냥 앞만, 천천히, 다만 내 속도로 앞만 보며 산을 오른다. 보이는 것 거의 없지만,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가 참으로 귀한 만남이다. 구약에는 감히 범접도 할 수 없었던 곳. 과연 우리만의 땅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장소에서, 낙타몰이꾼 베두인 사람들도 유럽의 젊은 순례자들도 다 아름답고 반가웠다. 구멍가게 같은 휴게소들을 지나 마침내 정상 바로 아래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직 밤은 보잇한 빛 속에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정상을 향한다.


곧 해가 솟을 것이다. 많은 이가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나중에는 덜덜 떨리기도 한다. 모포를 빌려 덮고 있는 이들도 있다. 어느 순간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장엄한 광경에 먹먹한 가슴으로부터 고요한 찬가가 시작된다. 이미 해가 떠오르고 많은 순례객들이 산을 내려가자 우리는 ‘시나이에서 드리는 미사’를 봉헌한다.

 

 

 


칠흑의 어둠으로부터 빛이 드러나고 있다. 비로소 보이는 거룩한 땅. 우리의 ‘마음속에서 날이 밝아 오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어둠 속에 비치는 불빛을 바라본다. 시나이 산 정상에는 4세기 경에 세워진 교회 터에 1934년 다시 세운 성 삼위일체 교회가 있다.

 

참 뜨거웠지만 참 행복한 길이었다. 다들 무사히 기쁘게 내려왔다. 산을 올라가는 것과 내려오는 것. 아무것도 뵈지 않던 길이 날이 밝자 아찔한 돌산이었다. 하지만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여전히 한마음이었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순례하듯 일상도 살 수 있다면!

 

 

 

 

시나이 산을 내려오며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날이 밝자 비로소 드러나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이정표와 하루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 낙타 한 마리


 

카타리나 수도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식히며 기다린다. 6세기에 지어진 이 수도원에서 1844년 티센도르프가 시나이사본으로 알려진 그리스어 성서 사본을 발견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모세가 하느님을 뵈었을지도 모를 떨기나무 아래 서 본다.

 

 

 

카타리나 수도원 전경과 떨기나무

 

신 광야에서 파란 광야를 향한다.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룩소르’ 맥주 한 잔을 마신다.


홍해를 지나고 있다. 길고 긴 바다. 방갈로들이 늘어서 있다. 시나이를, 이집트를 떠난다. 알레이꿈 살람!


이스라엘 국경을 향해 가고 있다. 깨끗한 건물들이 보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임시로 사는 집들 같다. 아마도 집의 형태 때문인 것 같다.


눈이 부신 햇살 속에서 각자의 가방을 끌며 국경을 통과한다. 이스라엘 국경의 삼엄한 절차 등에 대해 하도 들어서인지 많이들 지쳐 보인다. 유다의 이쁜 처녀들. 그러나 이스라엘 국경 타바의 그녀들은 국가와 종교에 짓눌린 피해자의 모습이다.


오후 다섯 시 지나 요르단에 입국한다.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는 버스에 타고 왕의 대로를 달리며 아카바를 지난다. 모세는 카데스에서 에돔 임금에게, 임금님의 영토를 벗어날 때까지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않고 ‘임금의 큰길’만 따라 가겠으니 길을 지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리하여 결국 광야로 나간다. 그 길을 3500년 지난 지금 우리는 쌩쌩 달린다. 요르단은 붉은 암반 산이다. 그래도 이집트보다는 낫다. 모래언덕, 흙언덕을 지난다. 문득 지평선이 그리워지는 순간 거짓말처럼 푸른 지평선이 드러난다. 푸른 작물이, 나무가 보인다. 자꾸 이집트가 눈에 밟힌다. 페트라에 도착해 왕의 대로 호텔에 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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