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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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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황당하고 억울할 수가....

470 송동헌 [dhsong] 2006-02-05

 

사고로 병상에 누워 지낸지가 오늘로 47일째입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고, 또 기도해 주신 덕으로 더디기는 하지만 안정된 치료를 받고 회복중에 있습니다.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 형제 자매님, 그리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병원이 아주 깔끔하고 깨끗한 편이 되지 못하여) 저는 입원환자의 처지에 있으면서도 (진료의사가 근무하지 않는)주말이 되면 잠시 외출할 수가 있습니다. 이 짬을 이용하여 목욕도 하고 이발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세번째 외출입니다.

 

아직 미사에는 참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친 부위가 대퇴부라 의자에 앉기가 아직은 많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을 넘게 한쪽 발로 서 있기는 더 어려울 거라는 것을 모르실 리가 없는 그분께서 아직은 미사참례를 하지 못하는 저를 용서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저는 다만 회복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다음 달 말경이면 서툴게나마 걸음마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미리 드렸지만, 가까이에서 지키면서 줄곧 헌신적으로 돌보아 준 아내 크리스티나와 두 딸, 그리고 사위들에게도 크게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착하고 심성이 고운 가족이 함께 해 준다는 사실이 제게는 더 없는 행복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너무너무, 견딜 수 없을만큼 속 상하고 억울한 일이 하나 생겨버렸습니다.

 

그렇게 다정하고 자상하게 도와주고 돌보아주던 가족들이 어느날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싸늘하게 돌아서 버린 것입니다. 병실에는 아예 콧배기도 보이지 않는가 하면, 입원중이던 가장이 보름만에 겨우, 그것도 혼자 택시 잡아타고 비틀비틀 집이라고 찾아왔는데도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이거 될 법이나 한 말입니까?

겨우 아내 크리스티나가 눈길을 한번 주는 둥 마는둥 하더니 이내 휭 하고 나가 버리는가 하면, 사위 녀석까지 덩달아 뭐가 바쁜지 바람처럼 휙휙 서두르기만 합니다. 그렇게 곱살맞던 딸내미는 아예 콧등도 비치지 않고요. 이래도 되는 건지, 백발이 성성한 노친네를 이렇게 서운하게 마구 대해도 되는 건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속상하고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분주하게 종종걸음으로 나다니는 아내를 붙들고 통사정을 해 봅니다.

"왜 이러느냐?"고, "심심해 죽겠는데 왜 나만 이렇게 혼자 내 버려두는거냐?"고.

 

측은하다는 듯이 아내가 혀를 끌끌 차면서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아이구 이 양반아, 철심을 열 네개나 박고서도 아직 철이 모자라 그럭하우?"

 

 

아기 달래듯 제 잔등을 토닥거리며 이어지는 아내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정월 초하룻날, 새벽 세시에 태어난 외손주녀석과 그 에미의 수발 때문에 짬을 낼 여지가 없이 무쟈게 바쁘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배내짓에 지나지 않을 아이의 입짓, 몸짓 하나하나가 그저 이쁘기 짝이 없고, 어린아이 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처지에 벌써 건강한 어미가 된 딸아이가 또 대견스럽고 이뻐서 눈길을 떼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철부지 영감님은 제발 주는 밥이나 챙겨먹고 혼자 이리저리 뒤굴뒤굴 굴러다니며 잘 놀고 있으라는 거지요.

 

 

딴은 그럴듯도 합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무리 큰 부상을 당한 환자라고는 하지만 그깟 새털처럼 가벼운 손주녀석 한번 더 안아본다고 남은 다리가 마저 상하는 것도 아닐 터, 잠시 한번 안겨주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금새 휙 빼앗아가고서는 다시 안겨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힘드시다"나 뭐래나.......

 

아내 크리스티나도 생각하면 참 가관입니다.

아내는 딸내미더러 어린아이 티를 겨우 벗어났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저도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는 뭐 새댁티를 많이 벗어났나요? 이쁘고 탱탱하기는 아직 새색시 때 모습 그대로라는 것, 동네가 다 아는 일 아닙니까?

 

사돈 어른도 그렇습니다. 당신 닮은 당신 친 손주라고......., 입이 귀에 걸린  모습이 나로서는 못마땅해 죽겠고, 제가 섭섭할까봐 표정관리 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더 못마땅해 정말이지 죽겠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손주녀석이 외탁을 한 것 같은데......ㅋㅋ.)

 

 

이거 정말이지 서럽고 황당하고 억울해서 못살겠습니다.

 

 

 

 

 

제 외손주 유 프란치스코는 오는 4월에 유아세례를 받을 예정이랍니다.

미리 축하 많이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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