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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순 제5주일(나해-03)

151 전창문 [cmjun] 2003-04-06

사순 제5주일(나해-03)

                                                       2003. 04. 06

 

   자연의 법칙이나 계절은 우리를 속이지 않고 있습니다. 얼었던 대지가 봄바람에 살며시 녹으면서 땅에는 여지없이 새싹이 트고 있습니다. 성당 마당의 목련은 언제 피려나 했는데 벌써 지고 있고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차례로 봄소식을 알려줍니다. 이제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도 씨를 뿌리기 위해 논밭을 갈고 온갖 준비로 바빠지는 때입니다. 농부들의 기쁨은 작은 씨앗을 뿌려 그것들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열매를 맺어 30배, 50배, 100배의 수확을 거둘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수확의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생명력이 없어 보이는 작은 씨앗 하나가 땅에 뿌려져 썩어야만 새싹이 돋고 수많은 열매를 맺을 수가 있습니다. 썩지 않고 한 알 그대로 남아 있으면 많은 열매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웃들을 위해 씨앗이 되어 이 땅에서 썩어야만 이 세상은 발전하고 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아름다운 세상, 즉 하느님의 나라가 세워질 것입니다.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썩는 행위란 바로 이웃을 위한 선행, 즉 봉사와 희생과 사랑의 마음일 것입니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기사들은 우리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기에 이 세상은 썩고 부패하고 모순만 있는 심히 어두운 사회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절대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에 충실히 일하므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고 사랑을 베풀며 살고 있는 사회입니다. 즉 서로가 서로를 위해 썩는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다만 매스컴에 보도되는 내용이 어두운 면만 부각해서 보도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될 일을 했기에 뉴스거리가 되고 보도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는 마치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거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토픽 뉴스거리가 되는 이치와 같다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인 선행이나 봉사나 희생정신을 발휘해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자기 전 재산을 교육 사업에 희사한 할머니라든가, 죽으면서 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시신 전부를 기증하는 사람, 한 사람이 죽으므로 많은 사람을 살리는 사건 등 이 사회에는 자기를 죽여 남을 살리는 밀알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만 미국 동부에 있는 보스턴에는 Lay Clinic 이라고 하는 큰 병원이 있다고 합니다. 이 병원이 세워진 동기를 듣게 되면 누구나 다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그 동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스턴 시에 버클 힐이라는 곳이 있는데 지금은 커다란 빌딩들이 세워져서 옛날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오래 전에는 이곳이 빈민굴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빈민굴에서 가족 한 사람 없이 외롭게 살다가 아무도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이 세상을 떠난 불쌍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가족은 물론 친척이 없기에 시청 위생과 직원이 나와 그 노인의 시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들이 와서 그 노인이 살던 토굴 속에 들어가 시체를 관에 넣고 노인의 얼마 안 되는 유물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한 직원이 놀랍게도 그 노인이 남긴 상자 속에 거의 100만 불에(당시 백만 장자는 엄청난 부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 예치되어 있는 저금통장과 유서를 발견했습니다. 유서에는 돈이 없어 병을 앓으면서도 의사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병원을 세우는 기금으로 이 돈을 써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보스턴시의 Lay Clinic이란 병원은 이런 사연을 담고 세워진 병원입니다.  

   노인은 일생을 토굴에서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많은 돈을 자기를 위해서는 한푼도 쓰지 않고 모조리 남을 위해 병원을 세우는 일에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도저히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도 이 병원은 이 노인의 뜻을 받들어 여러 가지 봉사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고 합니다.

 

   "밀알 하나가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오늘 복음의 말씀은 단순히 예수께서 자신의 수난과 죽음을 이야기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해당되어지는 말씀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남을 위해 봉사와 희생과 사랑으로 썩어야 열매를 맺는 밀알의 역할을 할 때 이 세상은 하느님의 창조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어느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한 알의 밀알처럼 썩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또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한 알의 밀알로 썩고 죽어가야만 합니다. 아무도 남을 위하여 썩고 죽지 않으려고 한다면 세상은 삭막하고 숨이 막히는 답답한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남을 위해 죽고 썩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는 바보 같은 어리석은 행위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손해를 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께서 인류를 위해 십자가의 희생제물이 되심에 대해 갈등하셨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 하고 기원할까? 아니다 나는 바로 이 고난의 시간을 겪으러 온 것이다" 이처럼 예수님도 십자가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고심하셨습니다. 남을 위해 나를 내 놓는 즉 봉사하고 희생하고 사랑하는 것, 즉 남을 위해 죽는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임을 예수님의 말씀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의 소명과 사명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아셨기에 아버지의 뜻을 따라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희생하여 십자가의 죽음을 택하신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연 법칙의 원리를 이야기하심으로 가정도 사회도 교회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말씀하여 주시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나는 이웃을 위해 밀알이 되어주는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해 봅니다. 반성해 보지만 나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남을 위해 썩어 열매를 맺어 주는 밀알이기보다 이기심 때문에 남이 썩어 맺은 열매를 아무런 감사의 마음 없이 먹기만 하려는 생활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사순절은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예수님 말씀처럼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고자 하는 시기입니다. 한 알의 밀알이 된다는 것은 작은 일에서부터 남을 위해 베려하는 마음에서 그 무엇인가 봉사하고 베풀려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할 때 신앙인은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여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는 예수님의 진리 말씀을 알아듣고 사는 사람입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여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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