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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자) 2024년 12월 4일 (수)대림 제1주간 수요일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고 빵을 많게 하셨다.
부활 제 5 주일

111 류달현 [dalbong6] 2002-05-03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무지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15일에서 엊그제 26일까지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5일째 까지는 즐겁고 행복했던 성지순례가 6일째 부터는 이문동 신자분들이 보고싶어서 제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이제사 고백하지만 제가 여러분들을 사랑하나봅니다. 썰렁하네요. 원래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가르치시고 걸으셨던 이스라엘을 가야했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요즈음 예루살렘이 온통 전쟁통이라서 터어키와 그리스, 그리고 오는 길에 독일에 들렸습니다. 일명 '사도 바오로가 걸었던 길'을 함께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2000년 전의 흔적들을 찾아, 어떤 때는 버스를 타고 3-4시간씩 가서 10분을 돌아보고 나오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초대 교회의 모습, 그저 이제는 돌무더기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 초대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맨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를 바꾸어 놓았던 그분은 어떤 분일까?"라고 말입니다. 사도 바오로로 하여금 이런 이역 만리를 마다하지 않고 발로 뛰게 했던 그분은, 사도 바오로를 길에서 부르시고 길에서 변화시키셨던 그 분을, 2000년 후에 그렇게 저도 그곳까지 부르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를 부르시고, '지금 네가 가고 있는 길을 옳지 못한 길이니, 내가 이끄는 그 길로 오라'고 부르시던 분은 예수님이었습니다. 자신을 박해하던 이를 들어, 자신의 도구로 쓰신 분, 그분은 예수님이셨습니다. 자신을 박해하러 떠나는 그를 부르시고 전세계에 당신을 전하는 도구로 쓰신 분을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천막을 짜던 곳, 설교를 하던 곳, 사람들에게 돌을 맞고 도망가던 곳, 갈리오 총독에게 심문을 받던 곳 등을 하나하나 거치면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지만 사도 바오로의 열정과 기쁨과 고난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편하게 비행기로, 버스로 다니지만 사도 바오로는 두 발로 그 길을 온전히 걸으셨다는 생각에 그저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이 길을 온통 걸어 다니셨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직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알려주기 위해, 예수님의 다시 살아나셨음을 증언하기 위해 발로 뛰셨던 것입니다. 그가 걸었던 길은 다름아닌 생명의 길, 진리의 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는 그 모든 것을 바쳐 그 길을 걸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에게는 그것이 진리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한생명을 바친 것입니다. 언젠가 빌라도가 예수님을 심문하면서 물었던 질문 "진리가 무엇인가?"라는 답을 찾기 위해, 길로 나섰습니다.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셨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바오로 사도는 '길'에서 얻습니다. 그 확증을 '예수님' 안에서 찾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그것을 사도 바오로는 2000년 전에 먼저 깨달았기에 그길을 걸으실 수가 있으셨습니다. 길. 진리, 생명. 사도 바오로가 2000년 전에 힘겹게 발로 걸었던 길을 저는 그렇게 하나하나 따라 다녔습니다. 그리고서야 하나 깨달았습니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바로 예수님, 그분의 길이구나.' 라는 것을.

 

또한 이제는 내가 말하며 살아야 할 것은 예수님 그분 한분 뿐이고, 그분이 진리라는 것을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 것, 나아가 그것을 행동으로 삶으로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제 삶의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2독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께로 가까이 오십시오. 여러분도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일 산 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신령한 제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리십시오."

 

그렇습니다. 이제는 그분을 알고 가까이 가야할 때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그분께로 가 "이제 저를 써 주십시오." 라고 말할 때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당신을 보여주는 성사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이 계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분이 우리를 통해서 다른 이들에게 들어날 것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성사로서의 삶입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나를 알았으니 나의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미 뵈었다.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하느님의 성사이십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교회는 또한 예수님의 성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신앙인들 역시 그리스도를 내 몸에 모시고, 그 분을 믿고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그리스도의 성사, 보이지 않는 예수님과 하느님을 보여주는 성사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모쪼록 우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모습이 드러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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