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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르실료

꾸르실료 한국 도입 50주년 특집 (중) 꾸르실료 발상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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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27 ㅣ No.17

[꾸르실료 한국 도입 50주년 특집] (중) 꾸르실료 발상지를 가다


전쟁에 무너진 신앙 일으킨 ‘젊은 열정’ 작은 수도원에 고스란히

 

 

- 꾸르실료의 고향과도 같은 발상지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오노라토 수도원 마당 꾸르실료 기념 표석 앞에서 서울 꾸르실료 순례단이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대교구 꾸르실료(주간 서왕석, 담당 이재경 신부) 순례단이 꾸르실료 한국 도입 50주년을 기념해 ‘태양과 정열의 나라’이자, ‘영성의 나라’인 스페인 일대를 순례했다. 중세와 현대가 어우러진 역사의 땅 스페인은 1940년대 꾸르실료가 태동한 발상지이기도 하다. 서울 꾸르실료 순례단 80여 명은 4월 29일부터 일주일간 스페인 남부 지중해 제도의 마요르카섬과 북서 지역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비롯해 대 데레사 성녀의 도시 아빌라와 천년 고도(古都) 톨레도 등지를 탐방하며 스페인 교회 역사와 문화를 체험했다.

 

 

꾸르실료 운동이 태동한 마요르카섬

 

지중해 낙원이자 세계적 휴양지로 알려진 스페인 마요르카섬은 꾸르실료 운동 발상지이자 ‘꾸르실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데 꼴로레스~♪”

 

해발 400m 높이 마요르카섬 ‘란다산’ 중턱의 오노라토 수도원에 꾸르실료 운동의 대표곡 ‘데 꼴로레스’가 울려 퍼졌다. 한국에서 온 꾸르실리스따 80여 명이 1949년 최초로 3박 4일 과정의 꾸르실료 프로그램이 진행된 수도원을 방문한 기쁨과 반가움에 노래를 부른 것이다. 이곳 수도원에서는 꾸르실료 창설자 에두아르도 보닌과 사제들의 지도 아래 20차례에 걸친 꾸르실료가 진행됐다.

 

꾸르실료가 처음 공식적으로 시작된 오노라토 수도원 안의 작은 방.

 

 

꾸르실료 공식 차수가 처음 진행된 장소는 수도원 내 66㎡ 남짓한 방이다. 지금도 60년 전 당시 모습 그대로 잘 보존돼 있었다. 전 세계 꾸르실료 운동의 진앙지인 이곳에서 보닌을 비롯한 창설 멤버들은 수시로 모여 꾸르실료 프로그램에서 이뤄지는 롤료(평신도 강의)와 묵상 과정을 정비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 꾸르실리스따들을 맞은 수도회 사제는 “수도원은 여러분을 위한 공간”이라며 “마음껏 머물다 가시라”고 반겼다.

 

‘1949년 1월 신성한 정신이 세상 끝까지 퍼지도록 하기 위해 크리스천 꾸르실료가 처음 여기에 뿌리를 내렸다. 마요르카교구 사무국은 세계의 꾸르실료 지도자들이 3번째로 만나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 1972년 6월 5일 -’

 

오노라토 수도원 입구에 걸린 작은 기념석 앞에 꾸르실리스따들이 멈춰 섰다. 1972년 제3차 꾸르실료 세계대회가 열린 그해에 설치된 비석은 처음 꾸르실료 운동이 시작된 이곳을 꾸르실료의 ‘작은 성지’로 기리고 있었다. 당시 이곳에 모인 이들은 꾸르실료의 사상과 역사를 정리한 지침서인 「꾸르실료의 기본사상」 초판 발행을 결의했다. 수도원은 지금도 많은 꾸르실리스따들이 찾는, 꾸르실료 영성의 기운을 전해주는 요람이 되고 있다.

 

한국 꾸르실리스따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걷고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청년 10만 명을 산티아고로!”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의 홍역으로 사회는 물론 교회까지 무너졌다. 스페인 청년들은 피폐해진 교회 영성을 다시 일으키려 이 같은 구호를 내걸고 젊은이들에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를 독려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자리매김한 꾸르실료 과정이 본래 ‘산티아고 순례 지도자를 위한 교육’에서 시작한 것을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누구보다 앞서 신앙 열정을 전하고자 애쓴 청년들의 의식이 고스란히 서린 곳이기도 하다.

 

꾸르실료 교육은 1941년 산티아고 순례를 위한 순례 지도자 양성 과정으로 시작했다. 이후 보닌이 활동했던 마요르카교구의 후안 에르바스 주교는 꾸르실료가 순례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간 교회 운동으로 확산되도록 도왔다.

 

서울 꾸르실료 순례단은 스페인 북서단 지역으로 향했다.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 방문을 마치고, 선배 꾸르실리스따들이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기 위해서다. 청명한 하늘을 배경 삼아 바람에 나부끼는 유칼립투스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순례단은 오뻬드로우쏘부터 아메날에 이르는 3.5㎞ 구간을 걸었다. 매년 30만 명이 완주하는 800㎞가 넘는 순례길 중 극히 일부 구간이었지만, 어떤 이는 묵주를 양손에 쥐고 맨발로 걷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이따금 지나는 외국인 순례자에게 신자들은 “Buen Camino(부엔 카미노, 순례 잘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서울 꾸르실료 담당 이재경 신부 - “변화 의지 다진 소중한 기회”

 

“꾸르실료 한국 도입 50년을 주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발상지 스페인에서 초기 창설자들의 ‘거룩한 열정’을 돌아본 순례였습니다. 그분들의 열정을 기억하고, 우리의 본래 카리스마(은사)를 되새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순례단은 꾸르실료 주간단과 임원, 각 본당 간사 등 서울 꾸르실료 구성원 가운데 핵심 멤버들로 구성됐다. 이들에게 영적 지도를 전하며 순례에 함께한 서울 꾸르실료 담당 이재경 신부는 “내전으로 분열된 70년 전 스페인 교회와 복음화에 어려움을 겪는 현재 한국 교회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면서 “성녀 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성 이냐시오의 영성으로 귀결돼 전해오는 스페인 교회 영성을 고스란히 체득해 한국 꾸르실료 구성원 또한 회심과 정화, 쇄신으로 ‘새로운 복음화’를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번 제5차 세계 울뜨레야 대회 주제 ‘이젠 꾸르실료의 시간이다’가 지향하듯 우리는 꾸르실료 기본사상에 충실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창조적 변화를 꾀해야 하는 진정한 ‘꾸르실료의 시간’을 맞아야 한다”면서 “꾸르실리스따 재교육과 청년 꾸르실리스따 활성화를 꾸준히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는 한국 꾸르실료는 그럼에도 점점 꾸르실리스따 양성률이 줄어가는 등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 꾸르실리스따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꾀할 계획입니다. 오늘날 꾸르실리스따들은 지난날 선배들이 일궈놓은 대들보 사이사이 작은 고임돌이 되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곳에 꾸르실리스따들이 촘촘히 자리해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5월 28일, 스페인=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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