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일)
(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소공동체ㅣ구역반

민족화해위원회의 시각을 통해 재발견하는 소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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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07 ㅣ No.163

[소공동체 재발견] 민족화해위원회의 시각을 통해 재발견하는 소공동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교회는 ‘타자’에게로 자신을 여는 가운데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교회는 교회 안의 일뿐 아니라 교회 밖의 일도 자기의 문제로 삼아야 한다. 자기를 열지 않는 닫힌 교회는 자기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교회는 누구인가」, 이제민, 분도출판사, P.238).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열림을 강조합니다. 우리 안에 성부 · 성자 · 성령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이웃에게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그 이웃은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마음이 닫혀있는 곳도 해당됩니다. 특히 우리는 북한과 북한교회에 너무나 마음의 문을 닫고 무관심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북한과 북한교회에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민족화해위원회는 1982년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북한선교부’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뒤에 1985년에 ‘북한선교위원회’로 승격되었고, 1999년에는 ‘민족화해위원회’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이 점을 본다면 우리 민족화해위원회의 주된 목적은 북한선교, 북한의 복음화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에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 되는 문제입니다. 지금은 기다림의 때이자 준비의 때입니다. 그 준비는 북한을 알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실 북한, 북한 사람을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 속에는 이미 3만 명 이상의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갈등으로 남한 정착 생활을 힘들어하는 탈북민들도 많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탈북민들을 통해서 우리는 북한과 북한 사람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로 초대하면서 북한의 복음화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남한에 오게 되면 12주 동안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게 됩니다. 교구 민화위에서는 매주 그곳에 방문해서 탈북민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천주교에 대해서 알려주고 교리 공부도 하고 레크레이션도 하고 있습니다. 교리 공부를 함께 하면서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이 어떻게 처음 접하는 천주교 미사이지만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와 아픔, 가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들이 그들을 기도하게 하고 하느님을 찾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와 아픔들이 신앙을 통해서 위로받고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12주간의 교육이 끝나면 그들은 전국의 정착지로 흩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정착지로 가게 되면 이제 삶의 현장에서 정착해야 하는 그들로서는 신앙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바빠서도 있지만 교회의 무관심도 한 몫을 합니다. 성당을 찾아가도 냉랭한 반응에 상처 받기도 하고 교회 행정을 모르는 그들에게 관할 본당 운운하며 어렵게 성당을 찾아온 그들을 다시 내보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정착을 하면서 성실히 교리교육을 받고 세례를 받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세례 이후에 교회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말투가 너무 다르고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교우들 모임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분단 70여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게 무관심하거나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없기 때문입니다. 소공동체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하나의 운동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정신을 살아가는 운동입니다. 그 정신은 ‘열림’이고 ‘받아들임’입니다. 그리고 교회 밖의 일도 내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북한과 북한교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어야 하고 우리사회에 함께 살고 있는 탈북민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문제와 한반도의 평화문제에도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공동체 모임에 이러한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소공동체 모임 안에 북한복음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가 함께 바쳐져야 합니다. 남북 분단은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이고 한국교회가 안고 가야 할 숙명적인 십자가입니다. 그 길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험난한 길입니다. 기도 없이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많은 교구민들에게 탈북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으려 합니다. 매 주일 하나원에서 탈북민들과 봉헌하는 미사에 함께 하길 원하는 소공동체가 있다면 저희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기도와 관심,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은 북한 복음화를 위한 출발이라고 할 수 있으며 참된 소공동체 운동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눔의 소공동체, 2017년 6월호, 이헌우 마태오 신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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