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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50주년 총회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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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31 ㅣ No.695

[특집]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50주년 총회 의미와 전망


반세기 손잡은 공동의 여정… 아시아 교회 일치와 대화 이끌다

 

 

- FABC 의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10월 12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FABC 50주년 총회 개막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FABC 제공.

 

 

아시아 지역 주교들의 자발적 연대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총회가 10월 12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Baan Phu Waan) 사목센터에서 개막해 30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FABC는 1970년에 설립돼 본래 2020년에 50주년 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연기되면서 2년 늦어진 끝에 올해 10월 총회를 열게 됐다. 늦어진 만큼 총회 참가 주교들은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하며 이번 총회를 보다 충실히 준비해 총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FABC 50주년 기념 총회를 맞아 이번 총회 취지와 FABC 50년 역사 및 전망 등을 살펴본다.

 

 

FABC 50주년 총회 어떤 의미 담고 있나

 

FABC가 정한 50주년 총회 주제 ‘아시아 민족들의 공동 여정: 그들은 다른 길로 돌아갔다’(마태 2,12)에 이번 총회가 추구하는 정신과 반세기 역사를 맞은 FABC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압축돼 있다.

 

50주년 총회를 앞두고 FABC는 “1970년 FABC 설립 이후 반세기의 성과를 돌아보고, 아시아 대륙과 교회의 현실을 인식하며, 세계화 시대에 아시아교회의 역할을 찾아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이번 총회를 소개했다. FABC 의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미얀마 양곤대교구장)은 지난 8월 22일 태국 방콕 니콜라스 분커드 킷밤룽 성지에서 FABC 창립 50주년 총회 개최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FABC 50주년 총회 주제는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그리스도의 선교 사명 안에서 초대교회가 함께한 여정과 다양한 재능은 초대교회로 하여금 상이한 문화와 국가에서 활동하도록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FABC 50주년 총회에 보내는 강복 메시지에서 “여러분의 지역 교회들이 하느님 백성의 ‘다면체적 일치’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고 새로운 세대의 선교 제자들을 양성하며, 보편적 거룩함과 정의와 평화가 있는 그리스도 나라의 확장을 위해 일하는 창의적인 ‘다른 길들’을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당부했다.

 

교황과 보 추기경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아시아는 세계 어느 대륙보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 문화가 혼재돼 있으면서 갈등과 대립,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역이다. 아시아 주교들은 아시아가 처해 있는 독특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서로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도 공동 여정을 걷기 위해 이번 총회를 준비했고, 교황은 이 점을 ‘다면체적 일치’라는 말로 표현했다.

 

FABC 50주년 총회 취지와 의미는 이미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정관(개정 승인본)’에 명확히 표현돼 있어 FABC는 지난 50년 역사 동안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정관(개정 승인본)’ 제2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의 주요 임무’에는 ▲ 아시아 지역 교회들과 주교들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 ▲ 국제적 차원에서 교회 기구들과 운동 단체들의 더욱 조직적인 발전을 강화 ▲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와 협력을 증진 등이 명시돼 있다.

 

FABC 50주년 총회에 참석한 한국 주교단. 왼쪽부터 손삼석 주교, 조규만 주교, 정순택 대주교, 이용훈 주교, 유흥식 추기경, 김희중 대주교, 김종수 주교, 정신철 주교, 문창우 주교. 문창우 주교 제공.

 

 

FABC가 걸어온 길

 

FABC 50주년 총회 주제와 목표는 곧 지난 반세기의 역사와 연결된다. 특히 FABC가 시작하는 데 한국교회가 중요 역할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FABC는 1970년 11월 23~29일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가톨릭 역사상 첫 아시아 방문(필리핀) 때 15개국 주교 대표 170명과 전문가 80명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 개발 연구’를 주제로 범아시아 주교회의를 연 것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FABC를 상설기구로 운영하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스테파노·당시 서울대교구장) 제안이 받아들여져 기구가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 11개 주교회의 의장들은 1971년 3월 홍콩에 모여 영구적 협력기구 설립과 규약 작성을 위해 김수환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실행위원회를 구성했고 1972년 12월 6일 교황청으로부터 규약을 승인받았다.

 

FABC는 1974년 타이완 타이페이에서 첫 정기총회를 연 후 4년 주기로 회원국들을 순회하며 총회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4년 대전교구에서 제8차 정기총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FABC 정기총회 주요 논의사항으로는, 아시아 민족들의 삶에 교회를 참으로 현존하게 하는 토착화(타이완 타이페이 1974년 제1차 정기총회), 평신도 양성과 권한 부여(태국 삼프란 1982년 제3차 정기총회), 제3000년기를 향한 공동 여정(인도네시아 반둥 1990년 제5차 정기총회), 가정·여성·청소년·난민·환경 등 생명에 관한 사목 과제(필리핀 마닐라 1995년 제6차 정기총회), 비관주의·염세주의에 대한 대항(베트남 호치민 2012년 제10차 정기총회) 등을 꼽을 수 있다.

 

FABC 정회원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에 속하는 19개 지역 주교회의다. 중앙사무국은 태국 방콕에 있다.

 

- 2004년 8월 대전교구에서 개최된 FABC 제8차 정기총회에 참석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왼쪽)이 다른 참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FABC 향후 전망은

 

FABC 50주년 총회에는 한국교회에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부의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서기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등 의장단, 광주대교구장이자 FABC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가 참석했다. 한국 주교 8명은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10월 10~13일)를 마치고 17일 합류해 아시아 주교들, 신자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도 15일부터 FABC 50주년 총회에 참석해 17일 워크숍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제 양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유 추기경은 강연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모든 해답은 한 권의 책인 성경, 하나의 법인 상호 사랑, 한 분이신 주님 곧 하느님으로 귀결된다는 진리를 강조했다.

 

이번 FABC 50주년 총회 프로그램들은 FABC의 나아갈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총회 주제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공동 여정과 일치성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16일에는 아시아 13개국에서 선발된 신자들과 ‘아시아와 함께하는 토크쇼’를 진행했고, 18일 오전에는 젊은이와 여성을 주제로 강연과 토의가 있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참가 주교들이 ‘아시아의 이주, 노동, 인신매매’와 관련해 직면한 도전들을 토의했다. 아시아 각국 14개 본당을 대상으로 총회 기간 중 순차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이뤄진 ‘아시아 본당 방문’도 아시아 교회의 상호 이해와 일치를 높이는 시간이 됐다.

 

교황의 FABC 50주년 총회 강복 메시지 중 “FABC 50주년 총회 주제는 보편교회가 요즘 수행하고 있는 경청과 대화와 식별의 시노드 여정의 더욱 폭넓은 맥락 안에서 매우 적합하다”는 평가는 FABC 향후 활동 방향을 알려 준다.

 

[가톨릭신문, 2022년 10월 30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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