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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가톨릭사랑평화의집 - 동자동 쪽방촌, 우리의 이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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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가톨릭사랑평화의집 동자동 쪽방촌, 우리의 이웃!
서울역 11번 출구로 나와 남산 방향으로 올라오면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이 있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쪽방촌 사람들은 도시락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섭니다. 줄이 길어지면 주변 다른 건물에서는 냉소적인 시선과 함께 때로는 혐오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따뜻한 도시락도 중요하지만, 사실 쪽방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말벗입니다. 말벗을 통해 외롭고 고단한 삶에 위로도 얻고, 혹시 모를 고독사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 55세의 젊은 형제님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나 외로웠는데, 신부님이 찾아와 주어 고마웠다.”라던 형제님의 말을 기억하며, 그 삶의 마지막에 작은 위로가 되었을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런 분 중에 원기(가명, 67세) 씨도 있습니다. 원기 씨는 불이 꺼진 쪽방에서 홀로 누워 있었습니다. “도시락은 잘 드시고 계신가요?” 하고 물으니, “신부님, 뭔 밥인가요. 내가 죽다 살았는데…”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원기 씨는 우리 사회의 아프고 슬픈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형제보육원에서 자랐고, 삼청교육대까지 다녀온 후 그의 곁에 가족은 없었습니다. 매일 의미 없이 살아가던 중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시도했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후유증 탓에 목으로 밥을 넘기는게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원기 씨와 더 많은 대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대화의 주제도 많아지고 원기 씨 얼굴에 미소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쪽방에서 나와 외출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외로웠던 원기 씨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사람들과 나누는 소박한 일상이었습니다.
쪽방촌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쪽방 공간 구조상 공기 순환도 되지 않고 빨래도 쉽지 않기에 낡고 냄새나는 침구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계절에 맞지 않게 한여름에는 더러운 솜이불을 덮고, 한겨울에도 얇은 천 조각을 매트 삼아 자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나이 들고 아프신 분들이 많은 쪽방촌 사람에게 계절에 맞는 깨끗한 침구를 제공해 드리고 싶은데 여의찮습니다.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은 정부 지원 없이 온전히 후원금으로 운영됩니다. 주 3회, 하루 250개의 도시락을 준비하다 보니 높은 물가에 재료비도 만만치 않고, 조리에 필요한 주방 비품을 구비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워낙 낡고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위험한 건물 입구와 화장실 등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통해 단 하루라도 이분들이 조금은 깨끗한 환경에서 먹고 자는 소박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면 이웃 사랑의 기적이 쪽방촌에서 새롭게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을 차가운 무관심으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마음 안의 장벽을 넘어 쪽방촌 사람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여긴다면, 작은 도움의 손길은 오늘이 이생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고독사에 취약한 쪽방촌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004-42945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2023년 7월 1일~8월 4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을 위해 씁니다.
[2023년 7월 2일(가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서울주보 4면] 0 5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