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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37: 마산교구 해성중·고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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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 (37) 마산교구 해성중·고등학교 학급별 활동으로 친밀감 UP! 모두가 친한 ‘살맛나는’ 학교
- 해성중학교 학생들.
국내 두 번째 큰 섬 거제도. 이곳에도 가톨릭 학교는 자리 잡고 있다. 마산교구 성지학원 소속 해성중·고등학교는 거제도 유일의 가톨릭 고등 교육기관으로, 71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해성(海星). ‘바다의 별’이 성모 마리아를 뜻하듯, 마리아처럼 너른 품으로 지역 아이들을 키워낸 거제 해성중ㆍ고등학교를 찾았다.
6·25전쟁 직후 태어난 ‘바다의 별’
경남 거제시 두모길 4. 해성중·고등학교는 장승포항에서 도보로 15분 남짓 떨어져 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북한을 떠나온 피란민들이 장승포항을 통해 거제도로 대거 유입됐고, 피란민과 거제 원주민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상황이 수년간 이어졌다.
부모를 잃은 전쟁 고아들과 학교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아이들이 수없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1950년부터 거제 지역 사목을 맡고 있던 박문선 신부(야고보, 1921~2008)는 무엇보다 교육이 절실함을 깨닫고, 1952년 마전동에 거제종합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가 해성중·고등학교의 시작이었다. 전후의 악조건 속에 설립된 학교는 1954년 ‘해성’으로 교명을 변경하며 기틀을 잡아나갔고, 1960년 현재 위치인 장승포동으로 이동했다.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 해성중학교
해성중학교는 중앙 현관부터 눈길을 끈다. 넓은 마룻바닥엔 기대 누울 수 있는 빈백 소파들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학생들은 현관에 삼삼오오 모여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현관이라기보다는 ‘거실’ 같은 분위기. 2020년 부임한 이두만(마르첼로)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를 편안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현관부터 바꿨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또한 선생님들과의 논의을 통해 교무실 배치에도 변화를 줬다. 각 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모여 앉도록 자리를 배정했다. 가까이 있으니 대화가 늘었고, 이는 각 반 아이들의 성향이나 상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수업 혁신’이라 불리는 변화도 자리 배치를 바꾼 이후 시작됐다. 각 학년 선생님들은 하나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로서, 2주에 한 번 모여 각자의 수업을 시연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 내용과 방식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해성중학교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3년째 시행되고 있는 ‘1학급 1특색 사업’이다. 학기 초 반 회의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1년간 반별로 이를 지키며 생활하는 것이다. ▲ 학급문집 만들기 ▲ 마니또 ▲ 효자·효녀 프로젝트 ▲ 플랜테리어 등 다채로운 반별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회장 안치우(16·베드로)군은 “1학년 때는 1특색 사업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각 학년이 끝날 때마다 ‘우리 반만의 주제’를 지켜가며 결속력과 소속감이 더 생긴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안군은 학교의 자랑으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의견을 정말 잘 들어주신다”는 점을 꼽았다.
해성중학교는 학생자치회에서 논의된 의견이 선생님들께 그대로 전달되며, ‘중구난방’이라는 이름의 교사자치회 의견도 교감·교장에게 가감없이 전달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열린 행사가 올 5월 ‘삼겹살 데이’였다. 학생자치회의 의견을 선생님들이 받아들여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행사 당일, 급식실에서는 생고기와 야채를 학생 개개인에게 지급했고, 아이들은 반별로 운동장에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구웠다. 두발 자율화도, 학교 인스타그램 계정 개설도 모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행됐다.
하영옥(모니카) 교감은 “한 학년을 함께 돌보면서 친분을 쌓은 선생님들은 깊은 유대를 맺고, 아이들도 학급 활동을 통해 결속력을 갖게 된다”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눴던 기억을 갖고 졸업 후에도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 해성중학교의 중앙현관 모습.
‘소통으로 하나되는 곳’ 해성고등학교
2020년 부임한 권오섭(안드레아) 교장은 ‘소통’을 강조했다. 권 교장은 “학생과 교사 모두 학교에 있는 동안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간에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장이 말하는 소통은, 단순히 교내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2018년부터 해성고는 학교 교육을 ‘SALT’(▲S-study hard, 학력 키우기 ▲A-act actively, 역량과 소질 기르기 ▲L-live together, 함께 사는 사회 배우기 ▲T-tailor your dream, 꿈 다지기)라 이름붙이고, 4가지 활동 영역으로 구분해 매년 프로그램을 구성해 오고 있다. 즉 ‘SALT’는 학력과 함께 인성을 키우는 해성고만의 해법이었고, 학생들은 자기 자신과의 소통과 더불어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사회와 소통하는 법도 배워나가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3S(Sow seed in school) 운동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1학년은 환경·인권·평화, 2학년은 ‘지구, 우리가 지키자’를 주제로 세부 실천사항을 정하고, 이를 교내에 알려 생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 운동의 핵심이다.
2학년을 대상으로 주 1회 진행되는 철학 수업 또한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 SALT 교육과 함께 철학 수업이 병행되니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학교측 설명이었다. 예비신자인 박소희(16) 학생은 “우연한 기회에 교리수업을 듣게 됐는데 종교 관련 수업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해 배우는 느낌이었다”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학교에 많고 철학 수업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해성고는 학생들의 유대감 증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올 8월 30일 처음으로 시행된 ‘학급 영상 페스타’는 영상을 즐겨보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된 행사였다. 학급 활동을 담은 영상을 반별로 제작해 1, 2학년 전원이 모인 가운데 상영회를 갖고 시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반별 친밀도를 높일 뿐 아니라 다른 반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로 학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최오석(안드레아) 교감은 “입시에 지친 학생들이지만,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살맛나고 신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해성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급을 소개하는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해성고등학교 제공
- 해성고등학교 밴드 ‘울림’의 점심시간 버스킹. 해성고등학교 제공
[가톨릭신문, 2023년 9월 24일, 이나영 기자] 0 79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