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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모니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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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5-07 ㅣ No.229

[사랑의 손길] 모니카의 집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의 천국, 모니카의 집

 

 

가을이 시작되던 작년 9월 어느 날, 한 통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엄마가 갈 곳이 없어요. 부탁입니다. 수녀님들이 좀 받아주세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니카의 집’의 문을 두드린 사람은 비비아나 할머님(70세)의 둘째 딸이었습니다. 다행히 빈방이 있어 어르신을 모실 수 있었지만, 어려운 형편에 아픈 엄마와 함께할 수 없었던 딸은 연신 미안해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수녀님, 여기가 천국이에요. 천국!! 감사합니다.” 비비아나 할머님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계십니다. “성당 다닐 때 레지오도 하고 봉사 활동도 많이 했어요.”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하시지만, 반듯했던 자태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수시로 서랍장을 여닫으며, 무언가를 찾고 다시 숨기느라 하루를 다 보내십니다. 어느 날인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머리를 벽에다 계속 찧어 거의 실신하기 직전에 발견되신 적이 있었습니다. 다급히 119를 불렀지만, 또다시 버려질까 두려워하며 병원 이송을 거부하셔서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할머님은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두 딸을 키우기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열심히 사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에 세상은 녹록지 않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일터에서 든든한 분을 만나 함께 살게 되셨지만 행복도 잠시,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결국, 빈손으로 쫓겨난 할머님은 딸들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고 이곳, ‘모니카의 집’에 와서야 비로소 쉼을 얻으실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이 있는 어르신들의 안식처 ‘모니카의 집’은 2000년 당시 구의동 본당 주임이셨던 고(故) 김병도 몬시뇰께서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함께 살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면 좋겠다며 설립하신 노인 공동생활 가정입니다. 이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소속 수녀님들께서 파견되어 지금까지도 어르신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애쓰고 계십니다.

 

20년 넘게 무의탁 어르신들의 건강과 노후를 위해 애써왔지만 낡고 오래된 주택 관리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르신들께 정성을 기울이며 그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에 마음을 보태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시설이 노후되어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상황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비라도 오면 벌어진 슬레이트 지붕 틈새로 물이 떨어져 어르신들이 넘어지실까 노심초사하고, 먼지가 쌓여 색이 바랜 벽지와 곰팡이가 피어있는 장판 때문에 어르신들의 호흡기 질환이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 넓은 세상, 그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께서 남은 삶을 ‘모니카의 집’에서 조금은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 보내실 수 있도록 열악한 환경을 바꿔드리고 싶습니다. 따뜻한 도움의 손길로 ‘모니카의 집’이 어르신들의 소소한 일상에 평안과 위로를 주는 곳으로 변화될 수 있다면 저희는 더 이상의 바람이 없을 것입니다.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004-42945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2024년 5월 4일~5월 31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모니카의 집’을 위해 씁니다.

 

[2024년 5월 5일(나해)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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