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수원교구 성당 순례6: 권선동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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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성당 순례 (6) 권선동성당 종탑 높이 55m 달하는 웅장한 성당…고딕 양식 재해석한 벽돌 외관 '눈길
주님의 영광스러운 부활과 승천, 성령강림의 순간, 그리고 성모 승천과 천상 모후의 관을 받는 성모의 모습이 제대 뒤편에서 햇살을 타고 찬란하게 내려온다. 묵주 기도 영광의 신비의 모습이다. 제대를 바라보고 오른편에는 고통의 신비가, 왼편에는 환희의 신비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을 뿌린다. 묵주 기도 성월에 참 어울리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신자들을 맞는 이곳은 제1대리구 권선동성당이다.
- 성당의 온 불을 밝힌 듯 환한 수원교구 권선동성당 내부. 이승훈 기자
빛이 충만한 성당
미사가 없는 시간 고요한 성당에 들어서자 마치 성당의 온 불을 밝힌 듯 밝은 성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성당의 전등을 아직 켜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온 성당이 밝았다. 특히 이 채광은 알록달록한 색유리를 타고 마치 성당을 무지개처럼 수놓는 듯했다. 성당을 내부를 밝게 채울 정도로 둘러싼 창문들은 모두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져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그저 빛의 아름다움만 강조하지 않았다. 제대 중앙과 좌우 익랑(翼廊, Transept) 양 끝의 창문을 채운 영광의 신비, 환희·고통의 신비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을 묵주 기도의 신비로 가득 채워준다. 제대 앞에서 묵주를 손에 쥐고 스테인드글라스의 성화 한 장면, 한 장면을 바라보노라면 성모님을 통해 주님의 생애를 따라가는 묵상의 길로 초대받는다. 특별히 성가대석 위의 원형창에는 성당 주보의 모습이 담겼다. 권선동성당의 주보 성모승천의 모습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당 전체를 내리비춘다.
- 수원교구 권선동성당 제대 스테인드글라스 <영광의 신비>. 이승훈 기자 - 수원교구 권선동성당 제대화. 이승훈 기자
스테인드글라스만이 아니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성모님을 통해 주님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었다면, 제대화는 말씀으로 오신 그리스도와 ‘새 예루살렘’의 모습을 담았다. 스테인드글라스와 제대화를 제작한 김겸순 수녀(마리 테레시타·노틀담 수녀회)는 성당에 오는 모든 이들이 이 성미술 작품들을 통해 성당에서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는데 도움을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들을 구상하고 제작했다고 한다.
온 인류를 위해 생명이 빵이 되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형상으로 제작된 감실이 자리한 중앙에는 어린양과 성경의 모습이 그려졌고, 중앙의 좌우측에는 12사도와 12천사, 12도성의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맨 왼쪽에는 창세기 1장의 말씀이, 맨 오른쪽에는 요한복음 1장의 말씀이 적혀 있었다. 제대와 독서대도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성장하는 공동체를 상징하고 있다.
- 수원교구 권선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을 받은 십자가의 길. 이승훈 기자
성당 내부가 아름다운 빛과 성 미술로 기도를 자아내는 공간이었다면, 외부에서 바라본 권선동성당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듯한 웅장한 위용을 자랑했다.
권선동성당은 건축면적 1792㎡에 연면적 7476㎡에 지하 2층 지상 5층의 규모의 건물이다. 종탑 높이는 55m로, 1992년 건축 당시 한국교회 성당 종탑 중 최대 높이였을 뿐 아니라, 성당 높이 33m, 성당 외부 길이 71m, 폭 19~33m에 달해 규모면으로는 가히 대(大)성당이라고 불릴만한 성당이었다.
규모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성당 건축양식 중 하나인 고딕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철골·콘크리트구조에 붉은 벽돌로 외벽을 채워 성당 건축의 전통적인 미를 극대화했다. 제대와 신랑(身廊, Nave), 그리고 여기에 교차하는 익랑으로 십자형태의 구조를 지닌 성당은 외부도 고딕성당의 입체적인 구조를 살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의 멋을 느끼게 해준다.
- 수원교구 권선동성당 정면 모습. 이승훈 기자 - 수원교구 권선동성당 측면 모습. 이승훈 기자
100년, 그 너머를 바라보고 짓다
이렇듯 내부, 외부 면에서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지닌 덕분에 1999년 경기도건축문화상에서 우수한 건축물로 선정됐고, 영화 <신부수업>을 비롯해 여러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런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권선동본당 공동체가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후에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성당을 세우고자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본당은 당시 국내의 많은 성당들이 지은 지 십 수 년도 지나지 않아 비좁고 노후화해 재건축을 해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적어도 100년을 내다보며 성당을 지어야겠다는 신념으로 새 성당 마련을 준비했다.
그래서 성당의 실용성 면도 크게 고려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경사로를 갖춘 것은 물론이고, 소규모 전례를 위한 소성당과 신자들이 이용할 교리실과 휴게실, 식당 등의 편의공간, 장례를 위한 영안실까지도 갖추고 있다. 주차공간도 넓고 교통도 편리해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성당 내부도 성당 좌우측의 기둥 옆 공간인 측랑(側廊, Aisle)을 최소한으로 좁혀 복도로 사용하게 하면서 제대가 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을 최소화했고, 건축 당시부터 성당의 음향이 반사되는 면의 각도와 마감재료를 조절해 모든 자리에서 음향이 잘 들릴 수 있도록 했다.
100년을 내다본 덕분일까 권선동성당은 교구 내에서도 중요한 성당으로 자리 잡았다. 넓고 신자들의 접근성이 큰 덕분에 교구나 대리구, 여러 교구 신심단체들이 성당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2006년 교구에 대리구제가 시작될 당시에는 수원대리구 중심 성당으로, 2018년 대리구제 개편 이후로는 제1대리구 중심 성당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 수원교구 권선동성당 전경. 2017년 촬영.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4년 10월 20일, 이승훈 기자] 0 19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