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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병원사목] 임상사목교육(CPE) 100년: 현대인의 영적 고통을 돌보는 C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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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5-14 ㅣ No.1402

[영적 돌봄에 힘써온 임상사목교육(CPE) 100년] (1) 현대인의 영적 고통을 돌보는 CPE (상)


환자들 고통 공감하며 환대 · 지지하는 훈련

 

 

올해는 주변의 이웃을 영적으로 돌보고 치유에 나서고 있는 임상 사목 교육(CPE, Clinical Pastoral Education)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CPE 100주년을 맞아, 본지는 한국CPE협회(협회장 정무근 다미안 신부·예수회)와 함께 CPE의 의미와 CPE의 역사, 그리고 한국CPE의 활동을 5회 걸쳐 짚어본다.

 

현대사회는 생산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뒤처지는 이들에는 무관심하고 가장 약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있다. 그리고 고령화 사회로 인하여 노년의 외로움 속에 버림받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는 “함께 고통을 겪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나누고 안으로 견디도록 돕지 못하는 무정하고 비인간적인 사회”(「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38항)의 모습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이런 영적 위기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는 영적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웰다잉(Well-dying)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교회는 어떻게 살아있는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이런 시대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교회의 사명은 말씀만으로의 전달이 아니라 살이 있는 관계의 돌봄으로서의 실천이 필요하다.

 

 

돌봄의 정의와 개념

 

예수님께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라고 말씀하셨듯이 ‘돌봄의 관계’는 인간 생명을 증진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이중적 정의를 포함한다.(「중증 말기 병자의 돌봄에 관한 서한 착한 사마리아인(Samaritanus Bonus)」)

 

교회의 돌봄 사명은 “모든 사람 일생의 ‘돌봄’”(「생명의 복음」 87항)을 통해 삶의 원천인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모든 병자가 질병과 고통 가운데 자기 존재의 깊은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게 하는 돌봄의 과정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것을 위한 영적 돌봄에 특화된 교육이 CPE, 즉 임상사목교육이며, 이 교육 중에 이루어지는 영적 돌봄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환자의 돌봄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거의 주검이 되어 길가에 버려진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병자와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여 사랑에 기초한 관대함을 지니도록 초대하신다.(루카 10,29-37) 환자의 돌봄에서는 우선 환자 자신의 죽음과 신체적 통증에 의한 고통 속에서 혼자이고 버림받았다는 느낌, 기능 및 역할 상실의 여정 중에서 사회적 가치로 평가하는 시선들, 자신이 타인에게 짐이 된다고 느끼는 그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를 있는 그대로 경청해 줄 돌봄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나 생의 말기에 있는 환자의 돌봄에서는 그들의 고독과 고통 속에 함께 머물며(「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38항)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환자가 자신의 죽음 너머의 새로운 생명의 희망으로 나아가기 위한 영적돌봄이 필요하다. 그들의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에 직면하면서 고통과 죽음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만남 안에서 지지와 경청이 제공되는 영적돌봄(「착한 사마리아인」, 12항)인 것이다.

 

 

교회의 돌봄의 사명

 

이런 사목적 돌봄 즉 영적 돌봄은 그리스도교 덕행의 실천인 연민의 마음으로 공감하며 그들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짐으로써 위로하고 그들의 고독과 고통으로 들어가 사랑하고 환대하며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을 임상실습을 통해 이러한 영적 돌봄을 훈련하는 것이 임상사목교육(CPE)이다. [가톨릭신문, 2025년 5월 11일, 최선경 가타리나 박사(동백 성루카병원 CPE & 호스피스교육 담당)]

 

 

[영적 돌봄에 힘써온 임상사목교육(CPE) 100년] (2) 현대인의 영적 고통을 돌보는 CPE (하)


예수님에게서 배우는 전인적 치유와 돌봄

 

 

예수님이 보여주신 영적 돌봄

 

복음에서 예수님의 치유는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와 그의 영적인 부분까지 읽어주고 들어줌으로써 전인적 치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루카 복음 ‘마귀들과 돼지 떼’(루카 8,26-39)에서 병자의 이웃이나 공동체는 그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의 과한 행동을 제지하려고만 하는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행한 치유의 모습을 살펴본다.

 

“무덤에서 살고 있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란 표현은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영혼의 상태를 말하며, ‘더럽다’는 표현은 그의 영혼이 그만큼 ‘처참한’ 상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이는 그의 행동만을 제지하려고 했지, 그의 내적 상태나 영적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육체적인 질병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의료진, 가족과 이웃 공동체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일반 환자들의 심리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무덤에서 나와 예수님에게 ‘마주 오며’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면하는 영혼과 육체가 조화된 인간관계를 원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마주 온 그의 처참한 상태를 보시고 “먼저 말을 건네며 다가가신다.” 그는 자신의 영적인 상태에 갇혀 타인과의 대화나 신뢰가 어려웠다. 예수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신 것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와 한을 들어줄 상대가 필요하다는 영적 진단을 내리시고 그의 존재를 초대하심이다.

 

예수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환자의 외적인 병의 상태뿐만 아니라 내적인 상태와 영적인 고통을 보시고 연민의 마음으로 치유의 손길을 먼저 내밀며 다가가신다. 그리고 치유된 그에게 제일 먼저 자신의 어둠 때문에 단절되었던 가족, 이웃 공동체와 화해하라고 초대하신다. 예수님의 전인치료는 몸과 함께 환자의 영적인 차원까지 치료의 범주로 인식하는 돌봄의 차원을 보여준다. 임상에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돌봄의 직분을 맡고 있는 모든 이에게 예수님의 전인적 차원의 치유적 돌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CPE이며, 이는 현대 사목에서 치유적이고 영적인 돌봄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CPE를 통한 영적 돌봄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의 교회: CPE는 단순히 대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사목자는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며 타인의 고통에 머무르며 동반할 힘을 키워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돌봄을 배운다. 이는 헨리 나우웬이 말한 ‘상처 입은 치유자’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이는 현대 사목에서 중요한 사목자의 자질인 경청과 영적 돌봄 동행의 모습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수 사목 영역에서의 영적 돌봄의 필요성: 교회 사목은 단순히 교회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목의 분야는 점점 전문적으로 세분화되어 병원·교정시설·군대·학교 등 다양한 특수 사목의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목 현장의 다양화는 사목자들이 직접 고통 가운데 있는 양떼를 찾아 나서는 적극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필요한 사목자의 자질은 각 분야의 전문성과 인간적 성숙, 돌봄의 전문성일 것이다. CPE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CPE의 신학적 성찰을 통한 사목자의 내적 성장과 정체성 확립: CPE는 사목 현장에의 돌봄 경험을 CPE의 순환 반복되는 교육방법론에 따라 분석하고 신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돌봄 대상자의 영적고통에 직면하여 더 깊이 공감하며 전문적인 영적 돌봄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는 사목자의 정체성 성숙을 위한 통합의 여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CPE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이 신학적 성찰로 확장되기에 현대 사목에서 돌봄의 직분을 더 깊이 이해하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치유와 화해의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실천하는 길이 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5년 5월 18일, 최선경 가타리나 박사(동백 성루카병원 CPE & 호스피스교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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