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자료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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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고대인들이 하늘 성전의 모상처럼 봉헌한 지상의 성전은 창조주께서 안식을 취하시던 곳입니다(시편 132,8.13). 주님의 안식은 창세 2,4에도 언급되는데, 이는 피로회복의 개념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느님의 안식은 ‘세상이 평화롭다.’는 방증입니다. 삼라만상의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느님께서 일하실 필요 없이 평화롭게 쉬실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러다 창조 질서에 해가 되는 일이 발생하면, 하느님께서는 안식에서 깨셔야 합니다. 시편에는 이스라엘이 위기를 겪을 때 바쳤을 법한 기도가 나옵니다: “주님, 어찌하여 주무십니까? 잠을 깨소서, 저희를 영영 버리지 마소서!”(44,24) 이사야서에도 비슷한 호소가 등장합니다: “힘을 입으소서, ··· 오래전 그 시절처럼 깨어나소서”(51,9). 두 구절 모두 세상의 질서가 훼손되었으니 주님께서 얼른 안식을 중지하시고 질서를 회복해 주셔야 한다고 청하는 것입니다. 성전에 바로 이런 의미가 깃들어 있기에, 고대인들은 세상의 평화를 상징하고 보장받는 의미로 하늘 성전의 모습을 본떠 지상 성전을 지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성전이 도둑들의 소굴처럼 타락하자 그 파괴를 예고하십니다(마태 23,37-39). 그리고 그 예고대로 열혈당원을 진압하던 로마 장군 티투스가 기원후 70년 성전을 무너뜨린 뒤 더 이상 재건되지 않았으므로, ‘당신 성전을 백성 사이에 영원히 두겠다.’ 하신 예제 37,26의 약속도 깨진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신구약성경을 연결하여 이해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당신의 활동으로 성전을 완성하셨기 때문이며(요한 2,19-22),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성령을 모신 성전이 되기 때문입니다(1코린 3,16; 2코린 6,16). 그렇다면 성전 건물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으나 예수님과 우리가 모두 성전이기에, 예부터 믿어온 세상의 질서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는 오늘 제2독서에서 말하듯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1)의 시대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5월 18일(다해) 부활 제5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0 4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