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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잘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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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25.191.10.*]

2009-01-12 ㅣ No.7701

저는 고등학교 때 부모님을 한꺼번에 여의었어요.

그 이후로 친할머니와 삼촌, 남동생과 저 이렇게 넷이서 살게되었지요..(엄마아빠와 살던 집으로 할머니와 삼촌이 들어오셨지요)

저는 공부도 잘하고, 말도잘듣는 온순한 성격이라서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후로 저는 찬밥거리가 되었죠..

돌아가시기 전에 빚이 조금 있었는데 (저희 집 전세값보다 훨씬훨씬 덜 됨) 그 돈때문에 엄청 눈치를 봤어요

고3수험생이었던 저는 문제집을 살때마다 독서실비를 받을 때마다 빚 이야기를 들어야했지요.

그 빚 갚느라 너네가족 통장 다 해약하고도 모잘라서 우리가 메꿨다.. 니가 갚을거냐.. 등등

저희가 쓰는 돈은 정부에서 학비도 대주고,  따로 보조금도 나오는데..꼭 저래야만 하셨을까..

엄마가 살아계실 때 할머니,삼촌이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어요..그 화살이 저에게 돌아온것만 같았지요

뭐 하나 꼬투리만 잡으려고 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항상 니 애미년 닮아서 그러냐? 이런식으로 공격하고..

이 년 저 년 욕하시고.. 아무리 할머니라지만 자라면서 그런 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한 저에게는 그냥 듣고 무시해버릴 수 없는 말이었어요..

언젠가는 참다참다가,

"할머니! 저 엄마한테도 그런 소리 못들어봤어요!" 이러면 삼촌은 버럭 화를 내시며 "니 애미년 얘기는 꺼내지도 마!!"

이런 풍경이 계속 되었지요..

항상 저는 할머니, 삼촌의 공격대상이었어요.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조카가 딱하기는 커녕, 오직 눈엣가시로만 보였나봐요..

위로는 바라지도 못했지요..더이상 상처만 주지 않기를 바랬어요. 하지만 바램으로만 끝났고 항상 그 반대였지요

계속 구박당하면서 살다보니 원인 모를 죄책감만 늘어났어요.. 내가 무슨 큰 죄를 진것마냥..

제 동생은 저보다 세살 어리고 남자애라서 할머니와 삼촌이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저는 동생에게 정말 미안했지만 스무살 가을에 집을 나왔어요..

동생과는 전화로 이메일로 연락을 하기도 하고 가끔 만나기도 했지요..

좁은 고시원방에서 살면서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하면서 친구들과 연락도 끊었어요.

그리고 1년정도 지나서 만나게 되었는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죠..

제 친구 중 성당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레지오활동으로 저희부모님과도 잘 알고 지내셨던 친구 어머니가 들으셨대요..

제가 남자랑 바람나서 살림차리러 집나갔다고.. 할머니가 소문을 내고 다니신다구요..

참.. 정말 끝까지 깊은 상처를 주시는 분이시구나.. 생각하면서, 억울함에 눈물나더라구요..

그 이후로 고시원에서 살면서 모은 돈으로 옥탑방월세로 방을 옮겼지요..

그러던 날 중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시고, 그 이후로 집에 몇번 들리곤했어요..

삼촌은 지방에서 일을 하고 동생이 군에 입대를 해서, 할머니 혼자 적적하셨는지 저에게 다시 들어오라 하셔서

지금은 같이 살고 있답니다.

어느덧 동생은 제대를 했고 삼촌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시게 되어 네가족이 같이 사네요..

전처럼 저를 내몰지는 않지만, 허물수 없는 마음의 벽은 어찌할 수가 없어요..

조금만 조절 안되면 뭔가 펑 터질것 같이 불안한 관계.

미워하기 싫지만.. 용서하고 싶지만.. 잘 안돼요.

고해성사 때 "할머니가 미운데,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잘안됩니다" 라고 고백했는데

"누구의 잘못인지는 하느님만이 아십니다...."라고 신부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큰 위로였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항상 동네사람들, 할머니친척들이 저만 욕하는 것 같고 죄책감만 가지고 살았는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 꼭 내 잘못만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도 할머니와 삼촌과 저의 냉전은 지속되고 있고, 가끔씩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그럴때마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혼하면, 혹은 나이가 더 들면 그때 독립할 생각으로 참고있어요..

이런이야기 아무한테도 못해요.. 나이를 점점 더 먹으면서 친구들에게도 이젠 창피해서 얘기못해요..

너무 답답해서 여기에서라도.....

미워하지 않게 도와달라고 기도하면서 글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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