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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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 신부님_신앙인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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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2024-06-05 ㅣ No.173015

 


물질 소비주의 사회, 정보화사회에서 현세적 삶과 신앙생활 사이에는 늘 긴장과 갈등이 있다. 물질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즐거움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강력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던 사회를 사는 현대인은 개별 인격을 강조하고 개인의 고유성을 추구하는데 이는 신앙생활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음적 가치는 상대화 되어가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필요에 따른 ‘선택 사항’으로 밀려나는 때가 많다.

유대 지도자들은 논쟁에 실패하자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을 그분께 보내어 말로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우려고 한다. 유대 지도자들로부터 파견된 이들은 예수님을 죽이기로 공모한 바 있는 이들이다(마르 3,6). 그들은 예수님께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12,14) 하고 여쭈었다.

서기 6년 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는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 임금 아르켈라오스(=헤로데 대왕의 아들)를 폐위시키고 코포니우스를 총독으로 임명하면서 주민세를 거두어 황실 금고에 바치도록 하였다. 여기 주민세란 인두세로서 어린이와 노인만 빼고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 주민 누구나 내야 했다. 바리사이들은 주민세를 내면서도 이것이 신앙과 연관되어 있어 고민거리였다.

이에 갈릴래아 출신 유다가 하느님 홀로 유대인들의 통치자라는 구호 아래 납세 거부운동을 일으키고 아울러 무력으로 황제의 통치 대신 하느님의 통치를 이룩하려고 민족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황제에게 주민세를 내야 한다고 하면 그분을 민족 반역자로 내몰고, 반대로 내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민족 독립 운동의 선동자로 고발하려고 했다.

티베리우스 황제(14-37년 재위)가 주조한 데나리온 한쪽에는 황제의 흉상과 ‘티베리우스 황제, 신적인 아우구스투스의 아들 아우구스투스’란 문구가, 다른 쪽에는 ‘대제관’이란 글자와 황제의 어머니 리비아의 초상이 새겨져 있었다. 유대인들은 사람 모양을 만드는 것을 우상숭배로 여겼고 하느님만을 신으로 만들었으므로 흉상과 초상, ‘신적’이란 글자가 새겨진 각명을 혐오하였다. 따라서 주민세를 바치는 것만도 문제인데다 꼭 데나리온으로 바쳐야 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12,17)라고 대답하심으로써 그들의 책략에서 벗어나셨다. 황제의 흉상이 박힌 데나리온은 ‘황제의 것’이니 황제에게는 그가 주조한 은화만 돌려주면 된다. 그러나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인간은(창세 1,27) ‘하느님의 것’이므로, 하느님께는 마음과 정신과 생각과 힘을 다하여 사랑을 드려야 한다는 말씀이다(12,30). 황제의 권세가 높다 하지만 절대적인 하느님의 권능과는 비교가 안 되는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복음의 말씀에서 예수님의 답변은 우리의 결단을 촉구하고 계신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므로 눈에 보이는 현세적인 것들은 현세적인 것으로 돌리고, 하느님만을 찾아야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현세의 물질이나 권세를 하느님보다 더 중요시 하며 살아가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을 현세적인 것과 영적인 것으로 가르는 이분법적인 사고나 삶의 태도는 피해야 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중심성과 복음적 가치의 우선성을 거부하거나, 절대적인 신앙의 진리와 상대적인 현세적 가치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현세적인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중심을 그분께로 옮기도록 하자. 애타게 우리를 기다리시고 우리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말라하시는 그분께로 우리의 발걸음을 옮기자. 현세적 편리함이나 물질의 유익함과 쾌락의 유혹 앞에서 신앙인답게 중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바로 신앙인의 자존심이요 품위가 아닐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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