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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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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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2-04-29 ㅣ No.6210

아침을 함께 하며 아내는 앞산을 향하여 눈길을 보낸다.

봄비에 젖어 있는 동산은 풀빛 조명을 받은 양, 그렇게 신록(新綠)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늘은 아내와 나의 결혼 35주년 기념일이다.

제기동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받던 날,

그 날은 유난히도 햇살이 밝고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하느님께서는 그 날, 정말 햇볕이 찬란한 청명한 날을 주셨다.

그리고 고마우신 하느님은 우리 부부에게 아들 알렉산더와 딸 율리안나를 주셨다.  

아내와 나는 35년이란 긴 세월을 지나 이 아침을 함께 하고 있다.

세월의 피안(彼岸) 저 편에, 내게 영세성사를 주신 양 기 섭 베드로(作故) 신부님, 그리고 혼배미사를 집전하셨던 조 창 희 베네딕토(作故) 신부님의 생전의 모습을 맞이한다.

우리 부부에게 소중하였던 분, 사랑을 베푼 그리운 분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우리의 혼배를 축복해주셨던 분들, 어머니, 할머니, 외할머니, 처 할머니, 처남 , 그 그리운

분들은 모두 이승을 떠나셨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 왔다.

평생을 함께 하는 아내가 그 순간을 놓칠 리가 없다.

"당신 울어요?" 아내는 미소지으며 나를 울보라고 놀린다.

4월이 시작되면서부터 아내와 나의 결혼기념일을 줄곧 생각하며, 이 긴 세월을 함께 하도록 은총 베푸신 하느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감사드렸던 마음이, 이 아침에 분출되었을 뿐, 나의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다.

아내도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였기에, 나를 울보라고 놀린 게 아닌가?

아내가 정성으로 조화시켜 놓은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이 아름다운 베란다로 눈길을 돌렸다.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하여 아내가 선택한 꽃들이다. 아내의 희망으로, 어제 오후 우린

일영의 꽃 도매상을 방문하여, 아마도 결혼 이후 제일 많이 여러 종류의 꽃을  사 온 셈이다.

패랭이, 백일홍, 청하국, 파라솔 등, 열 가지 이상의 여러 가지 색깔의 꽃과 잎새들은 아내가 뿌려 준, 물을 머금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기쁠 때나 괴로울 때, 성하거나 아플 때 변함없이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겠다던 하느님 앞의 언약을 다시 내 가슴속에 되새기는 이 아침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지난 날, 궂은 날 나도 모르게 아내가 홀로 괴로워하며, 눈물짓던 그 날들의 제 부족함과 무정함도 은총으로 깨닫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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