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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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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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6-04 ㅣ No.172997

[연중 제9주간 화요일] 마르 12,13-17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로마의 통치를 받던 식민지 체제의 유다 사회에서 세금 문제는 국민으로서의 의무나 국가 행정의 차원을 넘어서는, 극도로 예민한 정치적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였습니다. ‘로마에 세금을 내야 하는가 아니면 내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곧 ‘로마의 법에 복종해야 하는가 아니면 하느님의 율법을 따라야 하는가?’의 문제로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들은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로마의 노예임을 자처하는 매우 수치스러운 행동이며 한 분이신 야훼 하느님께 불충을 저지르는 일이라고 여겼으나 로마의 막강한 군사력이 두려워 마지못해 세금을 냈습니다. 반면에 로마에 빌붙어 기득권을 누리던 헤로데와 그 측근들은 카이사르에게 마땅히 세금을 냄으로써 로마가 제공하는 평화와 안정을 누리는 것이 이스라엘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민족주의와 세속주의로 서로 너무나 다른 입장을 지녔던 두 세력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하나로 뭉칩니다. 자기들이 누리는 기득권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예수님을 제거하기 위해 ‘한통속’이 되어서는 예수님께 말로 올무를 씌우려고 한 겁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이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였습니다. 세금을 내야한다고 하면 로마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군중들이 예수님께 실망하며 등을 돌리게 될 것이고, 세금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로마의 권력에 대항한 반역자가 되어 처벌을 받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지요.

 

하지만 그들의 속 보이는 뻔한 수에 걸려드실 예수님이 아닙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라는 지혜로운 답변으로 그들에게 통쾌하게 ‘한 방’을 먹이시는 동시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는 세상의 법과 질서를 신앙의 원칙과 의무에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까지 주십니다. 돈은 거기에 새겨진 이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유한 이의 것이지만, 우리는 우리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것입니다. 돈에는 인간의 모습이 새겨져있어 인간에게 돌아가지만,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모습이, 그분 말씀이 새겨져 있으니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그분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써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요.

 

그 원칙에 따라 세상 안에서 살아가면서 세속의 법과 질서 그리고 신앙의 진리와 의무라는 양자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무조건 어느 한쪽을 따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속의 지배자들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들의 합법적인 통치를 인정하고 내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누리는 혜택에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의 지배자들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 상황을 바로잡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건설적으로 비판하며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시 우리가 한 나라의 국민이자 그리스도인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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